여권, 침통한 분위기 속 조기 대선 준비… 계파 갈등 재부상 할 듯 [윤 대통령 파면]
권영세 “결과 겸허히 수용…국민께 사과”
탄핵 후폭풍에 친윤계 설 자리 좁아져
오세훈·홍준표·안철수 등 출마 채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으로 여권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급격한 전환기를 맞았다. 국민의힘은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고, 당 내부에서는 향후 정국 구도와 대선 전략을 둘러싼 다양한 셈법이 오가고 있다.
4일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직후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타깝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된 직후 여당 내부에는 침통함과 무력감이 감돌았고, 지도부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권 위원장은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폭거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것도 반성한다”며 “이번 사태로 국민의 분노와 아픔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으며, 질책과 비판도 모두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번 탄핵으로 국민의힘은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정치적 충격에 직면했다. 당 소속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두 번 연속 보수 진영의 대통령이 파면된 것이다. 보수 지지층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조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 운영 방향과 전략을 놓고 격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 내에서는 ‘친윤계’ 중심의 기존 구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윤상현, 나경원 의원 등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은 헌재 앞 탄핵 반대 시위에 나서며 기각·각하를 주장했다. 당내 인사들도 함께 시위에 동참하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탄핵이 인용되면서 윤 전 대통령 간의 관계가 차기 대선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층의 결집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중도층 확장 등을 위해서는 ‘윤석열과의 거리두기’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여권의 중심축이 대선주자급 인사들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출마 채비에 들어갔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등의 등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권 주자들이 각자 세력을 기반으로 경쟁 구도를 구축하면서, 후보 중심의 세력 재편과 새로운 계파 갈등이 생겨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동시에 윤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도 여권 재편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당내에선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나 출당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보수 핵심 지지층이 여전히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성급한 단절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는 다른 분위기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5개월의 유예 끝에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했다.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중심 세력이었던 친윤계의 영향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누가 당내 주도권을 쥘 것인지가 향후 대선 구도에서 핵심 변수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