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글로벌통상 전면전… 대미 후속협상 총력 쏟아야
EU·日보다 고율 관세… 한미 FTA 무력화
한국 경제 전방위적 위험 장기전 각오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세계대전급 통상 전쟁을 감행했다. 미국은 2일 전 세계 185개국을 대상으로 10%의 보편관세에다 국가별로 상이한 상호관세를 얹은 새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은 예상보다 큰 폭인 26%가 부과됐다. 앞서 발표된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등 개별 품목 관세 25%와 함께 향후 대미 수출 경쟁력 저하와 수출 위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 한국은 중국(34%), 대만(32%)보다 낮지만, 일본(24%), 유럽연합(20%)보다는 높아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에 나서야 는 처지다. 72년 된 한미동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깡그리 무시된 상황이다. 살벌한 각자도생의 시간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50%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적힌 패널을 보여주며 여기서 절반을 ‘할인’해 25%로 정했다는 선심성 주장을 덧붙였다.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한국이 26%로 표시돼 혼선까지 빚었다. 어쨌건 한미 FTA 덕분에 공산품은 무관세이고 일부 농산품이 예외인 것을 감안하면 근거 없는 주장이다. 소고기 수입 제한 등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이지만 혈맹을 자처하는 동맹국이자 FTA 체결 상대국으로서 이런 식의 일방적 통상 불이익을 강제당하는 처지가 무참하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종결되면 시급히 정상회담을 포함한 모든 대응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융단 폭격식 관세 전쟁을 일으켰지만 베트남(46%)·태국(36%)·인도네시아(32%) 등 보복 관세로 반격하기 힘든 국가에 고율 관세가 몰려 주목된다. 보복 관세로 맞대응한 캐나다, 멕시코는 제외하고 영국·브라질 등이 10%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제조업 기반을 타격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예컨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생산 기지를 옮겨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의 200여 신발업체들은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에 경고등이 켜진다. 현대차, 한국GM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완성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에 거대한 삼각파도가 몰려들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가 “예상보다 가혹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8∼2019년 무역 갈등보다 경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주도 국가인 우리나라에 25% 관세만큼 더 큰 위험 요소는 없다. 게다가 트럼프의 통상 압박은 단기전이 아니다. 미 백악관은 “당장은 새 관세 정책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개별 협상에 문턱이 있다는 말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관세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사활의 경계를 넘나들 수밖에 없다. 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발휘돼야 할 때다. 신속한 대미 협상과 피해 업종에 대한 긴급 지원 등 대책 마련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