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혼란·국론 분열 종지부 찍고 대한민국 새출발하자
헌재 선고가 국가 시스템 견고 상징
평화적 승복은 국가 브랜드 될 수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역사의 무대 위에 섰다. 헌재는 오늘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내린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지 111일 만이자 지난 2월 25일 최종변론이 마무리된 지 38일 만이다. 재판관 2명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온갖 억측까지 난무하는 악조건을 뚫고 역사적 선고 시점에 이른 헌재는 ‘1987 체제’로 불리는 현행 헌법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고 평가하고 싶다. 향후 시대적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현행 헌법을 놓고 개헌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헌재의 이번 선고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은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현 정권 수립 이후 현행 헌법의 한계를 온몸으로 겪어왔다. 다수의 학자들이 지적하는 바처럼 현행 헌법은 대통령 권력의 남용과 입법 권력의 남용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쉬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윤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의 줄탄핵은 현행 헌법이 가진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할 것이다. 미국의 관세전쟁 선포 등 세계 정세 급변에 따른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국정 혼란과 갈등을 심화하는 이 같은 헌법적 한계의 모든 짐이 이번 정권 들어 헌재의 어깨 위에 고스란히 얹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재 재판관 임명 하나를 놓고도 첨예한 대립을 일삼아 온 정치권의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럼에도 헌재는 묵묵히 헌법 수호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추천과 임명을 맡은 헌법기관에 따라 나뉘는 재판관의 성향조차 헌법이 정해 놓은 테두리 안의 일이었기에 헌재의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헌재의 선고를 앞두고 벌어지는 최근의 모든 예단과 엄포, 협박 따위는 헌재를 향한 것이 아니라 헌재가 기대고 선 헌법을 향한 일탈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란죄’는 헌재를 향한 이 같은 행위에 더 합당하게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이 같은 행위가 소위 진영을 이끄는 지도자급에서 행해지면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선동으로 이어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헌재의 선고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오늘은 대한민국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될 것이다. 선동과 폭력을 잠재우고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헌재의 소중한 선고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대한민국의 견고한 시스템을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반면 헌재의 선고가 선동과 폭력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오늘은 대한민국 브랜드가 침몰하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 역사의 갈림길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