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포커스온] 지역문화사를 축적하자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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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부산 예술인 아카이빙 사업
5년간 이어지며 결과물 나와
지역 역사·문화 연구 토대 마련
각 기관 아카이빙 체계적 제공
온라인 종합 플랫폼 구축해야
부산시 총괄 전략 수립도 필요

“부산 문화예술계의 사표로 기릴 만한 예술인을 선정해 그들이 남긴 방대한 예술 작업의 결과를 집대성하고 문화사적 위치를 재정립하겠다.”


부산문화재단이 2020년 7월 ‘부산 예술인 아카이빙 사업’인 ‘부산의 삶, 예술로 기억하다’를 시작하면서 밝힌 취지다. 아카이빙은 ‘영구적인 가치를 위해 보존하는 인간 활동의 기록물’(아카이브)을 수집, 평가, 선별, 분류, 정리, 기술, 보존하는 과정을 말한다.

재단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부산 예술인 아카이빙 사업’을 통해 해마다 작고 예술인과 원로 예술인을 2~3명씩 선정해 순차적으로 집중 조명해 왔다. 윤정규 소설가, 허영길 연극 연출가, 황무봉 전통 무용가, 이상근 작곡가, 김석출 동해안별신굿 보유자, 송혜수 화가, 최민식 사진가, 이규정 소설가, 오태균 지휘자, 김종식 화가, 김한순 민속예술인 등 작고 예술인과 제갈삼 피아니스트, 허만하 시인, 조숙자 무용가 등 원로 예술인이 대상이었다. 당시 부산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예술인 상당수가 포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아카이빙 연구팀들은 해당 예술인의 저서, 악보, 공연 팸플릿, 언론보도 기사, 사진, 동영상, 평론, 증언 자료 등을 폭넓게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펼쳤다.

그 결과, 선정된 예술인들의 생애와 작품세계 등을 담은 책자가 연차적으로 나왔다. 재단은 시민이나 연구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전자아카이빙을 통해 전자책(e-book) 형태로도 등록했다. 또 연구 결과물은 전시, 학술 세미나, 축제 형태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이러한 아카이빙의 결과물은 부산을 대표하는 예술인들의 치열한 예술혼을 복원하고 지역의 역사·사회·문화 연구의 기초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사를 발전적으로 계승·축적할 수 있다.

재단은 올해부터 ‘부산 예술인 아카이빙’ 관련 2차 사업에 착수해 앞으로 5년간 예술인 10여 명에 대한 조명 작업에 나선다. 이번에도 예술인 선정 기준에 대한 객관성 확보가 중요하다. 지역 문화사에서 빼어난 업적을 남기고, 지역 문화예술의 고유성과 문화적 가치를 드높인 예술인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재단은 책자 형태보다는 예술인 영상 채록을 통해 생애와 작품 세계 등을 담아 재단 유튜브 채널인 ‘컬쳐튜브’에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부산 지역 박물관과 미술관 등 일부 문화기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기록물의 활용과 확산을 위해 아카이빙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유물 수집 외에도 기록물을 활용해 전시, 도록 발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아카이브 홈페이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도 소장품에 대한 해제, 도록 발간, 디지털화 작업 등을 통해 체계적인 아카이빙 사업을 진행한다. 부산문화재단도 2009년 출범 초기부터 온라인 아카이브를 운영하면서 지역의 문화예술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각 기관이 수행하는 문화예술 아카이빙 성과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열람하거나 확인할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서울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이 국립국악원, 국립극단, 국립무형유산원, 국립극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공연예술 관련 국립기관과 연계해 아카이빙 결과를 통합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도 여러 기관의 아카이빙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가공해 제공하는 ‘온라인 아카이빙 종합 플랫폼’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아카이빙 관련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문학 장르의 경우, 2028년 개관 예정인 부산문학관이 부산문학사의 체계적 아카이빙을 수행할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공연예술 등 타 장르는 아카이브 자료를 수집, 관리, 전시,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오프라인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가칭 ‘부산예술기록관’을 설립해 지역 예술 사료의 유실을 막아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부산예술기록관이 지역 예술 자원들의 체계적인 수립, 관리 기능을 수행하고 전시, 교육,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관별로 추진하는 아카이빙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사용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나서 문화예술 아카이빙 총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대구시의 경우, 문화체육관광국 문화유산과에 문화예술기록팀을 설치해 문화예술 아카이빙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문화예술 아카이빙 사업은 비용 대비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사업은 아니다. 꾸준하고 묵묵히 실행해야 하는 사업이다. 지역 문화예술 자원 기록 활성화를 통해 지역문화사를 복원하고 축적한다는 점에서 이 사업은 지속돼야 한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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