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까지 내준 여, 호남서 일격 맞은 야… 재보선서 드러난 ‘계엄 민심’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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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영남서 패배…민주당은 호남서 ‘일격’
영남-보수, 호남-진보 정치 구도 흔들
여야 “선거 결과 무겁게 받아들여”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2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기초단체장 3곳을 확보하며 우위를 점한 가운데, 여야 모두 이른바 ‘텃밭’으로 불리던 지역에서 일격을 맞았다. 국민의힘은 거제·아산을 민주당에 내줬고, 민주당은 전남 담양에서 조국혁신당에 패하며 기존 지역 구도가 흔들리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2일 열린 재·보궐선거에서 웃은 쪽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5곳 가운데 3곳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위를 점했다. 국민의힘은 1곳, 조국혁신당도 1곳에서 각각 당선자를 냈다.

이번 재보선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로, 민심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로 주목받았다. 특히 여야 모두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온 지역에서 패배를 겪으며 정치 지형에 균열이 생겼다. 국민의힘은 경남 거제시장과 충남 아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했고, 민주당은 전남 담양군수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 밀렸다. 국민의힘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거제와 아산을 내준 데 이어, 부산시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성향의 김석준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며 영남·충청권 기반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이번 선거가 지역선거였기 때문에 서울 구로구청장은 후보를 안 냈고, 지역 일군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민심의 바로미터로 분석하는 것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패배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패배는 저희가 쓰는 표현이 아니다”며 “전체적으로 숫자만 가지고 (패배라고 할 수 없다), 이를테면 (절대적 약세 지역인) 호남에서 선거가 다섯 군데 치러졌는데 다 졌다는 건 패배라고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 드러난 선거라고 평가하면서도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의 패배에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 여러분께서 주신 귀한 한 표가 위기에 처한 민생경제와 민주주의를 구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 귀한 씨앗이 될 것”이라며 “주권자의 준엄한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남 담양군수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 패한 결과에 대해서는 “담양의 민심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선거 기간 많은 호남 시민이 ‘매번 민주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했지만 정작 내 삶은 변하지 않았다’는 호된 질책을 내려주셨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 민심을 가슴에 새기고 정치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며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민생 회복에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보선은 여야 모두 이른바 ‘텃밭’에서 패배를 경험한 선거였다. 국민의힘은 PK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각각 일격을 맞았다. 그동안 반복돼 온 ‘영남-보수, 호남-진보’의 견고한 정치 구도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였다. 일각에서는 전남 담양에서 민주당이 패한 배경에 이재명 대표의 ‘1강 체제’에 대한 호남 내부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국혁신당의 약진, 중도 무당층의 분산 등 다양한 변수 속에 여야 모두 차기 조기 대선 가능성을 앞두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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