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의 디지털 광장] '대세' 인공지능 따라잡기
생활 주변 인공지능 곳곳에 적용
편리하지만 이용 불편은 여전해
생성형 AI 기술 획기적인 발전
알지도 못하는 사이 정보 유출
저작권 강화하지만 한계 뚜렷
공존 모색하며 내실 챙겨 대처
“하이 홈큐버 조명 쫌 끄(꺼) 줘”
침대에 누워 안방 조명을 끌 수 있는 세상이 시작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도 아니고, 아직 친하지도 않은 그(녀)에게 말을 붙이는 게 쉽지 만은 않다.
늘 어색하기도 하거니와 더욱이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 그녀가 때로 밉기까지 하다. 그래도 그녀를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침대에 붙인 등을 일으키기 싫은 ‘귀차니즘’ 때문이다. 표준어와 분명히 다른 ‘심한 갱상도 사투리’도 소통의 장벽이다.
몇 번의 호출(명령)이 실패하면 이제 명령은 부탁조로 바뀐다. “홈큐브님 불 좀 꺼 주세요.” 이번에도 그녀는 반응이 없다. 작정한 듯 묵묵부답이다. ‘아차 하이 홈큐브’하는 것을 잊었다. 그녀에게 말을 건넬 때는 반드시 “하이~”로 시작해야 하는 것을 종종 잊곤 한다. 듣다 못한 아내가 거든다. “하이 홈큐브 조명 꺼 줘!” 아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예 조명을 끄겠습니다.” 똑 부러지는 그녀의 대답과 함께 사위는 삽시간에 어두워진다. 참 아내는 대구 사람인데 부산 사투리를 쓰는 남편을 가끔 놀린다. 경상도 사투리가 심하다며.
‘사물인터넷( IoT)이 구현되는 최신식 아파트’로 이사온 지 3년이나 되었건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그녀와의 대화이다. 주차 위치를 알려주고, 현관을 나서기 전에 우산을 챙기라고 안내해 주는 똑똑한 아파트다. 거실 중앙에 주인처럼 자리 잡은 ‘월패드’라는 태블릿 기기는 얼마나 많은 가스와 전기를 소비하고 있는 지, 같은 평수의 아파트에 비교해 에너지 소비가 몇 등인지도 알려주는 똑똑한 놈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기본적인 인공지능(AI)은 거저 초보 수준일 뿐이다. 이른바 생성형 AI가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이미 맹활약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첨단 윤전기로 신문을 만들어내는 신문사, 최신 기술로 제작하는 방송사는 어쩌면 현대 기술 진보의 수혜를 톡톡히 누려온 첨단산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똑똑한 새로운 인공지능에는 속수무책이다. 생성형 AI는 스스로 창작하는 능력을 갖춘 자동화 기술이다. 즉,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필요한 콘텐츠의 핵심만 뽑아 원작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창작물이라고도 주장)을 만든다.
최근 신문업계가 뭉쳐 업계의 소중한 자산(뉴스 콘텐츠 데이터 등)을 거저 가져다 쓰는 생성형 AI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미 포털에 널린 무수한 기사 정보의 알짜배기를 이 인공지능들이 ‘훔쳐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굳건하게 세웠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가늠할 수 없는 정보 유출을 어떻게 통제하고 제값을 요구할 지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는 우리가 흔히 아는 ARS(전화자동응답시스템)나 챗봇(질문이 대화에 적당한 답이나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는 인공지능 채팅 로봇)의 수준을 능가한다. 챗봇 등은 사전 입력한 정보를 불러내는 기능이 위주이지만, 생성형 AI는 창작하는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다시 신문업계 이야기로 돌아가면 작금의 신문업계는 공들여 축적한 정보를 무방비의 상태에서 뺏기는 상황을 방어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부산일보도 그 일환으로 저작권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애쓴다.
〈부산일보〉 저작권은 부울경의 시민들의 격려와 협조로 일궈낸 소중한 자산이다. 그동안 인공지능이라는 첨단 기술이 접근해 야금야금 빼 먹었겠지만, 앞으로는 기사 한 줄도 허투루 쓰게 할 수 없다. 우리의 소중한 콘텐츠는 정당한 가치를 보장받아야 하기에 인공지능 관련 업체와의 협상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뉴스 기사의 저작권 가치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저작권 침해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얌체 인공지능과 한판 승부’를 우리는 준비하고 있다.
사실 ‘뉴스는 포털에서 아무나 볼 수 있는 공짜 상품’이라는 인식이 언론의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언론사들은 아예 기사 콘텐츠는 시장에 무료로 풀어버리고, 부차적인 광고나 연관 수익으로 살아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상황이 이러니 인공지능과 타협하거나 재빠르게 활용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편이 정답일 수도 있겠다.
거의 3년 만에 다시 디지털 업무를 맡게 되면서 칼럼을 준비하려니 능력에 한계를 느낀다. 후배 기자가 “선배 차라리 챗GPT에 물어보고 칼럼을 쓰는 것은 어때요?”라고 조언했다. 솔깃했다. 하지만 ‘전통 방식’으로 간다.
〈부산일보〉도 인공지능을 쓴다. 2024부산국제영화제 특별 타블로이드판의 1면 그림은 인공지능이 만들었다. 인공지능은 이제 불가피한 현실이다. 공존을 꿈꾼다.
이재희 디지털국 국장 jaehee@busan.com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