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 시설공단 신설 두고 “예산 낭비” vs “행정 수요 대응”
부산 동구가 구의회와 시민단체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설관리공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행정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명목이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예산 낭비가 우려되고 산하 기관 축소에 나선 부산시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에선 다른 기초지자체도 구·군 산하 시설관리공단을 운영 중이거나 신설을 검토하고 있어 일선 구·군 행정 조직이 비대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산 동구의회는 ‘시설관리공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동구청은 내년 1월부터 동구 시설공단을 출범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동구 시설공단은 △공영주차장 △안창 새뜰마을 공공임대주택 △동구 국민체육문예센터 △종량제봉투·납부필증 등 4개 사업 분야에 해당하는 관내 시설 운영과 관리를 전담하는 기관이다. 2개 팀, 인력 174명 규모로 구성할 예정이다.
구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동구가 재정자립도가 낮다며 시설공단 신설을 비판했다. 동구 재정자립도는 2023년 기준 14.68%로 전국 평균 20.27%보다 낮다. 재정 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비용을 투입하는 공단을 설립하면 향후 구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기초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시설관리공단을 운영하는 곳은 동구만이 아니다. 남구(남구시설관리공단)와 기장군(기장군도시관리공단)이 별도로 시설관리공단을 운영하고 있다. 서구는 공단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위해 예산 편성을 추진 중이다.
이들 지자체는 앞으로 급증할 시설 운영과 관리 수요를 감당하려면 전문성 높은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남구청은 공단 설립 이후 남구국민체육센터·백운포체육공원·남구빙상장 등 시설을 정비해 주민들에게 쾌적한 생활체육 이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장군은 공단 설립 이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5년 연속 우수등급인 ‘나 등급’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단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장군도시관리공단 직원은 2020년 466명, 2021년 499명, 2022년 614명, 2023년 646명, 2024년 716명으로 증가했다. 영업 비용도 2020년 166억 700만 원에서 2021년 176억 2900만 원, 2022년 238억 7600만 원, 2023년 276억 7900만 원, 2024년 308억 2200만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매년 몸집을 키웠으나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진 못했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기조와도 전혀 다른 움직임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산시는 산하 공공기관 정원을 기관 성과와 연동해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하 공공기관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다. 부산시는 경영 성과가 저조한 기관 정원을 감축해 일 잘하는 기관에 몰아 주겠단 방침을 발표했다.
공단 직책이 특정인을 위한 자리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기초지자체 산하 시설관리공단이 만들어지면 누가 공단장으로 오거나 누가 내정됐다는 이야기부터 떠돈다”며 “기초지자체 재정 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자리 만들기’ 의혹까지 받는 공단이 부산에 계속 생기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