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사진 온라인 유포 사건, 수사 주체 논란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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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기사, 채팅방서 무단 배포
부산 사하서 경제범죄수사팀 배정
“군 기밀 유출·국익 훼손 가능성 커
최소 지방청 수사·군 공조 필요”

부산경찰청 건물 전경 부산경찰청 건물 전경

부산의 한 화물차 기사가 차량에 실은 포탄 등 군수품 사진을 촬영해 온라인에 공유한 사건(부산일보 2월 6일 자 10면 보도)과 관련, 군과 경찰의 보안·수사 공조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사하경찰서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지난달 3일 50대 남성 A 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트레일러 기사 A 씨는 2023년 3~4월 평택 군부대에서 운송을 부탁받은 155mm 포탄과 탄피 등 군수품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등으로 운송하면서 군수품 사진을 찍었다. 이후 약 200명이 참여한 온라인 공개 채팅방에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채팅방에서 “포탄 훔쳐 가도 모를 듯”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과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출입하는 군부대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 커졌다.

A 씨는 “탄피 실으러 군부대에 들어왔다” “군인들 교대했는데 또 자고 있다” 등 내용을 서슴없이 공개했다.

특히 고발장에는 피고발인 A 씨가 “해군 기지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가는 포탄”이라고 발언한 내용도 담겼다. 해당 메시지는 채팅방에 참가한 참여자 100명 이상이 읽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군사기밀 유출로 인한 안보 위협은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국익을 훼손하는 국제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경찰의 사건 배당 시스템이 적절치 않아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을 충분히 조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선 경찰서 한 수사관은 “이런 사안이 일선서 경제범죄 수사팀에 배정이 되면 업무가 과중해 ‘단타성’ 수사에 그치게 될 우려가 있다”며 “휴대폰 포렌식이나 압수수색 등 체계적인 수사를 하려면 지방청 안보수사대에서 맡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수품 운반 체계의 허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반 화물 기사가 군수품 운반 과정에서 보안 서약이나 관련 인지·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고, 사건 발생 시 군 당국이 뚜렷한 대응에 나서지 않은 점도 문제다.

동의대 최종술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인지한 사건이라도 군이나 군사시설과 관련된 부분이 있으면 협조를 요청하는 등 공조 체계를 통해 수사를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게 타당하다”며 “군과 경찰이 보안·수사 공조 체계를 재점검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기초 조사를 통해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되면 부산청 안보수사과에서 수사를 할 수 있다”며 “앞으로 군사시설 사진 촬영 유사 사례가 발생한다면 본청과 지방청 차원에서도 유의 깊게 보고 수사와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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