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감 재선거 후보 단일화 기구, 진영 불문 잡음 무성 왜?
보수, 특정 단체 주도에 “의구심”
진보, 출마 선언 직후라 “불공정”
교통정리커녕 불참 선언 줄이어
50여 일 앞둔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출마 후보들 ‘교통정리’를 명목으로 꾸려진 단일화 기구에 불참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정 단체나 인물이 참여 여부를 좌지우지하는 데 대한 대표성 논란이 불거지고, 단일화 룰이나 절차에 대한 공정성 시비도 일고 있다.
이런 현상은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에서 벌어지고 있다. 진영을 막론하고 빚어지는 갈등 탓에 부산 교육 수장을 뽑는 재선거가 정작 교육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교육감 재선거 예비 후보인 전영근 전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은 4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보수 부산교육감 단일화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 예비 후보는 “통추위가 출마 예정자들의 출마가 분명함에도 예비 후보 3명의 단일화를 급하게 서두르는 이유도 알 수 없고, 어떤 의도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통추위에 모두가 참여하는 중도보수 단일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 예비 후보는 “단일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후보 간 단일화에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통추위가 정한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추위는 지난달 31일 전 전 국장과 박수종 전 부산교육청 창의환경교육지원단장, 박종필 전 부산교총 회장 등 3명을 대상으로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진보 진영도 후보 단일화 일정을 연기했다. 김석준 예비 후보는 지난달 31일 “부산 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추진위)의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예비 후보 불참 선언 이후, 추진위는 단일화 일정을 연기했다.
보수와 진보 진영 가릴 것 없이 단일화를 주도하는 기구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대표성이 논란이 된다. 통추위는 미래를 여는 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미교추)와 바른 부산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위원회(바교추)가 지난달 17일 통합해 만든 단체다. 통추위는 통합 운영진을 조직했지만, 교육 각 분야 인사가 고르게 구성되지 않고 특정 단체·인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화 후보 구성도 논란이다. 통추위는 지난달 31일 3명을 대상으로 정책 토론회 등 단일화 절차를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통추위는 동시에 오는 7일까지 출마 예정자가 단일화 참여 의사를 밝히면 수용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2월 초·중순 출마할 뜻을 밝힌 출마 예정자에게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반대로 통추위는 3월 초중순께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에 대해서는 단일화 참여 기회를 차단하기도 했다. 통추위는 시교육감 재선거 출마를 선언한 황욱 예비 후보에게는 단일화 참가를 압박하기도 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선거인단 구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진보 진영 단일화 기구인 추진위는 진보 진영 단일화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하지만 선거인단이 부산 시민인지, 타 지역 시민인지 구분할 수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교육감을 뽑는 선거의 여론조사에서 타 지역 시민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는 타 지역 시민 참가를 열어둔 전례가 있다”고 했지만, 객관성 논란은 여전하다.
단일화 기구 추진 시점도 논란이다. 김 전 교육감은 지난달 20일 시교육감 재선거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추진위는 하루 뒤인 21일 진보 진영 교육 단체가 모여 출범식을 진행했다. 단일화에 나설 후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단일화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 교육계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교육 정책이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한 원로 교육계 인사는 “이번 부산교육감 재선거에는 후보들의 교육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정치판과 다름없다”며 “후보들은 이제라도 학생·학부모·교사를 생각하는 교육 정책 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