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위에 짓눌린 땅, 개발 숨통 트일까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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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검찰청 옆 1만 6246㎡ 부지
검찰, 방호·보안 문제로 개발 제한
권익위 “불합리 규제” 최종 판단

경동건설·동원개발 절반씩 소유
건설사, 보호지구 해제 주장에도
검찰 “대법 판결로 끝난 일” 일축

부산검찰청 건물과 맞닿아 개발이 묶였던 부지(검찰청 왼쪽)가 10여 년 만에 규제에서 풀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1045-2번지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검찰청 건물과 맞닿아 개발이 묶였던 부지(검찰청 왼쪽)가 10여 년 만에 규제에서 풀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1045-2번지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검찰청 건물과 맞닿아 있다는 이유로 개발이 묶였던 부지가 10여 년 만에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를 불합리한 규제라고 최종 판단을 내리면서 해당 부지를 소유한 건설사는 ‘보호지구’ 해제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해당 부지에 규제가 적용된 이후 건설사가 매입한 땅이고, 적법한 조치라고 대법원 판결까지 받았다는 입장이다.

4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권익위는 최근 연제구 거제동 1040-2번지 일원 1만 6246㎡ 부지에 대해 “용도지역에 맞는 토지 이용이 가능하도록 보호지구 지정을 해제하거나, 건축 제한을 완화하라”고 의견을 표명했다.

이 부지는 부산검찰청·법원 부지와 맞닿은 땅으로 준주거지역으로 설정돼 있어 고층 아파트 건축 등에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부산고검의 요청으로 2013년 10월 말 공용시설물 보호지구로 지정되면서 고층 아파트 건축이 어렵게 됐다. 검찰청이나 법원 청사 주변에 고층 건물을 지으면 방호나 보안 등에 문제가 있다며 부산고검이 보호지구 지정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는 지역 건설사인 경동건설과 동원개발이 지분을 반씩 나눠 갖고 있다. 이들은 보호지구 설정이 끝난 뒤인 해당 부지를 사들였고 2016년 7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했으나 보호지구로 묶인 탓에 불허 처분이 났다. 건설사는 2018년 건축불허가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1심에서는 인용이 됐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기각되며 개발 길이 막히게 됐다. 이후 경동건설은 2023년 2월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조사를 통해 전국 광역지자체 11개 검찰청 인근이 공용시설물 보호지구로 지정된 사례는 부산검찰청 인근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권익위는 “공공청사 인근의 고층 건물 신축을 규제할 의도로 보호지구를 지정했지만, 이는 건축물 용도만을 제한할 뿐 층수는 제한할 수 없어 고층의 숙박·업무시설 등은 건축이 가능하다”며 “이미 청사 인근에 고층 건물이 다수 들어서 있어 보호지구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보호지구를 해제하기 위한 입안 권한은 연제구청이 갖고 있고, 부산시는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권익위의 판단이 나왔지만, 이들 지자체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토지주인 건설사가 지자체에 공식적으로 보호지구 해제 입안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동건설 관계자는 “구청이 입안 권한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보호지구 설정을 요청한 부산고검과 협의를 해야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권익위 판단 자체에는 구속력이 없기에 검찰 측 입장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의 슬럼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불합리한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고검 측은 “경동건설은 해당 부지가 공용시설 보호지구로 지정된 이후에 개발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수했고,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해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확정받았다”는 입장문을 낸 바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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