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개헌 요구…‘키 플레이어’ 이재명은 무반응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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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17~19일 개헌 토론회
여야 원로도, 김경수도 "개헌 필요"
정작 '키' 쥔 이재명은 침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에 도착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에 도착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내 개헌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달 중순 개헌 토론회를 예고하면서 개헌 기류를 선점하고 나섰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야권 인사들도 개헌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국회에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가기관 정상인가’를 주제로 개헌 토론회를 개최한다. 국민의힘은 연일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연내대책회의에서 “거대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공직자 탄핵, 특검, 입법 폭주로 대통령 권한을 무력화했고 이에 대통령 역시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와 대립했다”며 “대통령과 국회 모두 권한을 절제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신속한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될 경우, 이번 토론회 내용을 바탕으로 권력 구조 개편과 인권 보장 등 개헌 방향을 제안할 방침이다. 여야 정치권 원로들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 헌정회가 주관하는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지난 3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분권형 권력구조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해달라고 주장했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계엄을 방지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앞장서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내란 이전에는 대통령제, 책임총리제, 내각제와 같은 권력구조에 관한 것이 개헌의 주요 쟁점이었지만, 내란 이후에는 불법적 계엄을 어떻게 원천적으로 방지할 것인지가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적었다. 이어 “대통령의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어떻게 강화할지를 함께 정해야 한다”며 “그 제도 위에 새 정부가 출범해야 누가 다음 대통령이 돼도 국민이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헌에 핵심 키를 쥔 이 대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그의 대권 실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을 침묵 배경으로 꼽는다. 유리한 지형에 있는 이 대표와 민주당에게 당장의 개헌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개헌 필요성을 내세우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헌법 개정은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기준인데, 현재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합의가 쉽지 않다. 더욱이 이 대표가 개헌 논의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개헌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지게 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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