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0% 동결… ‘고환율 부담’에 숨 고르기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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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금융통화위 회의서 결정
치솟는 환율 방어 중요하다 판단
미 연준·대내외 불확실성 등 영향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불안도
경기 침체 고려해 2월 인하 전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새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새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6일 새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경기 상황만 보면 인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지만, 정치적 변수 등에 따른 높은 환율에 발목을 잡혔다. 트럼프 2기 출범과 미국 통화 정책 방향 등 대외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16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동결 배경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 위험과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며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정책 변화에 따른 경제 전망·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통위는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며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고, 이후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금통위가 잇따라 금리를 낮춘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처음으로, 그만큼 경기와 성장 부진의 징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계엄·탄핵 사태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더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10~17일 한은 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보다 12.3P나 급락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한국 경제의 침체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무엇보다 환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물가·시장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같은 달 중순 1410원 선을 넘더니,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오름폭이 커져 연말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80원을 돌파했다. 새해 초에도 국내 탄핵 정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강달러 전망 등과 맞물려 1450~1470원대를 유지 중이다.

이런 상황에 기준금리가 추가로 낮아지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500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 어렵게 잡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뛰면 달러 기준으로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들여와야 하고, 이렇게 높아진 수입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움직임도 동결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높은 고용·물가 지표 등을 바탕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이치뱅크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올해 아예 연준의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는 28~29일 연준의 금리 동결 여부나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한은만 먼저 기준금리를 2.75%로 낮추면, 현재 1.50%P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다시 1.75%P로 벌어지고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LG경영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정책, 1월 FOMC 정례회의 결과와 연준 입장, 국내 정치 진전에 따른 원달러 환율 진정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1월보다 2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금통위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에 현재 연 3.0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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