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무안과 가덕신공항
‘느닷없는 부산~헬싱키 노선… 국내 항공사들 뿔났다.’ 연전에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핀란드 헬싱키를 잇는 직항 노선 개설이 발표되자 서울의 한 조간신문이 딴지를 건 기사 제목이다. 인천국제공항이 허브 공항이 되는 것에 걸림돌이 된다, 또 국내 대형 항공사의 승객 감소가 우려된다는 논리다. 달리 말하면 ‘지방 공항에 웬 유럽 직항 노선이냐’다. 지역민의 교통 불편은 안중에 없는 지극히 수도권 중심주의 발상이다. 연간 국제선 이용객 1000만 명이 넘은 김해공항조차 이런 취급이니 다른 지방 공항은 그저 ‘고추 말리는’ 곳일 뿐이다.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참사 이후에는 LCC(저비용 항공사) 안전 문제까지 겹쳐 도매금 비판이 늘었다. 지방 공항이 환경 분석과 수요 조사에 근거하지 않은 채 정치 논리로 추진됐다며 싸잡아 ‘정치 공항’으로 비하하는 게 예사다. ‘지방 공항 안전 뒷전’이라는 지적도 넘친다. ‘지방 공항과 LCC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기피 심리까지 생긴다. LCC 에어부산을 부산에 본사를 둔 거점 항공사로 삼아 가덕신공항의 미래상을 그렸던 부산으로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대한항공의 몽니로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이 어려워진 상황에 맞닥뜨린 ‘지방, LCC’의 변고는 가덕신공항을 톺아보게 만드는 계기다. 사고를 통해 공항의 구조적 허점과 LCC의 관리 부실의 위험성을 더 잘 알게 됐다. 로컬라이저(착륙유도장치)뿐만 아니라 공항 전반에서 안전이 최우선인지 되물어야 한다. 무안공항과 마찬가지로 가덕신공항도 철새 도래지에 인접해 있다. 조류 충돌 안전 조치가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는지, 승객의 의구심을 풀어 줘야 한다. 제주항공 참사 전후 같은 기종의 긴급 회항이 빈발한 원인도 투명하게 밝혀져야 된다. 항공기 1대당 최소 12명의 정비사를 둬야 하는 권고를 LCC 대다수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불감증 지적은 뼈아프게 수용해야 한다.
부산은 ‘글로벌 허브도시’를 지향한다. 허브도시는 물리적인 경계가 없다. 가덕신공항은 무한대의 접근성으로 경계 소멸을 촉진할 것이다. 하지만 안전과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가덕신공항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뿐이다. 수도권의 지방 무시 탓은 잠시 접어 두자. ‘지방, LCC’에 대한 비판을 통렬하게 수용해야 신뢰받는 공항과 거점 항공사를 갖출 수 있다. 무안이 반면교사다. 제주항공 참사에서 드러난 취약점을 극복할 때 가덕신공항이 비약할 수 있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