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조선업체 10곳 중 7곳 “디지털 활동 경험 없다”
31일 비스텝·KOMERI 보고서
87.9% ICT 전문 직원 미고용
통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 필요
블록체인 도입해 보안 강화도
기자재·중소조선·엔지니어링에 편중된 부산 조선산업이 대내외 리스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보통신(ICT)기술을 중심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BISTEP·비스텝)과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 조선산업의 정보통신기술 활용 특성과 연관산업 생태계 발전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부산 조선기업 73.7%가 디지털 활동 경험이 없었으며, 부산 조선 관련 기업의 87.9%는 ICT 서비스 전문 직원을 고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기자재·중소조선·엔지니어링이 주를 이루는 데다 규모가 대부분 영세해 자체적으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주원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핵심 기업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로 외부 프로젝트 참여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구조적 딜레마는 조선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잠재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기존 플랫폼 사업을 확장해 기업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한 통합 플랫폼 구축이 제안됐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이 운영 중인 수출마케팅 플랫폼을 활용해 기업 참여를 유도해 통합 플랫폼 구축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기업 정보 유출 우려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보안 시스템 도입, 다중인증체계 구축, 마킹 데이터 업로드 등으로 완화 가능하다.
조선-ICT 융합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주요 조선 대기업의 지역 거점형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하는 등 전문 인력 확보 필요성도 강조됐다.
조선기업 내부에서 ICT 기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조선 관련 ICT 전문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선 ICT 프로젝트와 창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조선기업과 ICT 전문기업 간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관련 기관들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팩토리 구축 경험 있는 ICT 기업을 발굴·선정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Smart 파나시아 시스템’을 도입한 선박용 친환경설비 전문 제조기업 파나시아, 선박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선박 항해통신장비업체 씨넷이 좋은 예다.
한편 비스텝은 앞서 영도 라발스호텔에서 ‘부산 조선산업에 대한 트럼프 2.0의 영향과 대안’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도 조선산업 디지털 기술 발전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비스텝 이우평 선임연구원은 “조선산업에 적용되는 ICT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조선산업 생태계에서 고도화된 ICT 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며 “조선 관련 ICT 분야는 고급 인력을 지역에 유치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