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BM 중국 수출 통제… 삼성·SK하이닉스 파장 촉각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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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대중국 수출 비중 20%
글로벌 판매망 갖춰 영향 제한적
향후 엔비디아 공급 더 중요해져
SK하이닉스 전량 미국에 공급
정부 "국내 기업 큰 문제 없을 듯"

미국이 중국 기업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대중국 반도체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미국이 중국 기업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대중국 반도체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로 중국 기업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향후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조치로 가뜩이나 반도체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HBM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 시간) 중국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HBM 수출 통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평방 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다. 사실상 최신 제품인 HBM3E(5세대)·HBM4(6세대) 제품이 주요 대상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하다. 전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가운데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하는 삼성전자가 이번 통제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의 중국 수출 비중은 20%이고,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출 제한 조치를)면밀히 검토 중이며 관련 기관과 잘 협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대중국 수출 감소로 엔비디아 공급이 더욱 중요해졌다. 내년 중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을 공급하는 시기와 물량이 향후 리스크 상쇄에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어 당장은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는 150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삼성전자는 실제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HBM 품목과 유예 기간,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와 같은 예외 조치 등을 꼼꼼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추가 수출 통제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일부 사양이 낮은 HBM을 중국에 수출하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작은 것으로 안다”며 “전체적으로 한국 기업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산업부는 이번 미국 조치의 상세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4일 오전 반도체 업계와 간담회도 열 계획이다. 또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무역안보관리원에 수출 통제 상담 창구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규제가 전 세계 HBM 시장 파이 자체를 축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이 더 커져야 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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