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기고] 간명했던 트럼프 메시지의 승리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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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세 뉴햄프셔, 해리스 승리 불구 유권자는 불만 표출
해리스 낙태권 되풀이할 동안 트럼프는 이민, 인플레 등 지적
투표 끝난 거리서도 "불법이민자가 난입해 치안과 질서 무너져"



6일 미국 워싱턴주 하워드 대학교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양보 연설을 지지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 미국 워싱턴주 하워드 대학교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양보 연설을 지지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 날, 이곳 뉴햄프셔의 아침은 겉보기에는 평온했다. 아침 일찍 커피를 사려는 사람들, 한적한 도로를 간간히 오가는 차량들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그러나 뉴햄프셔는 미국에서도 투표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지역이다. 1860년부터 1988년까지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 주였던 뉴햄프셔는 2000년 조지 W. 부시 대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2016년에는 트럼프에 대한 강한 지지세가 나타났지만, 2020년에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번 대선에서도 해리스가 뉴햄프셔의 선거인단 4석을 확보하며 승리했지만, 두 후보 간의 득표율은 해리스 50.9%, 트럼프 48.0%로 불과 3% 차이에 그쳤다.

평온한 분위기 속 뉴햄프셔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그리고 미국은 트럼프의 리더십을 선택했다.

뉴햄프셔 공화당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우리의 메시지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분명하고 간결했다 (clear and simple). 민주당이 ‘낙태권’과 ‘여성 권리 박탈’만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인플레이션, 주거 문제, 불법 이민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미국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해왔다. 이는 미국 국민들이 당연히 선택할 가치였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지금까지 미 국무부 초청 연수를 위해 방문했던 워싱턴 D.C.와 뉴햄프셔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미국의 저성장과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한 불만은 거리 곳곳에서 새어 나왔다. 워싱턴 D.C.에서 만났던 한 우버 드라이버는 “푸드트럭과 같이 외국인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업종들이 박물관과 미술관 길을 막고 영업하거나 노숙자들, 미성년자들에게 마약을 파는 등 우리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그는 “우리의 질서를 무너뜨리면서까지 포용하고 상생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하는 연설 중 “침입하는(invasive) 존재가 아닌 제대로 된(immigrants) 이민자와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현장의 불만을 캠페인에 이어 승리한 순간까지 담고 있었다.

이러한 트럼프의 전략이 다수의 유권자와 선거인단, 전통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까지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뉴햄프셔 민주당 해리스 캠프 관계자는 “여성의 목소리와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는 현 사회에 대한 불만이 크다.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극우 집단과 우리가 나눌 공동의 가치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트럼프 정부에 대한 공격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이번 우리는 대중투표도 지역 선거에서도 졌다. 패배요인을 찾는데 집중할 것이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덧붙였다.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번 대선이 마치 남성과 여성 지도자의 대립 구도로 만들어진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리더십의 문제에 주목했다. “It was not about gender, It was about leadership. (젠더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십의 문제였다.)” 트럼프를 지지한 한 유권자의 말이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 미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유권자들이 선택한 미국다움이 이번 대선에서 드러났다.

그야말로 "전례 없는(Unprecedented), 예측할 수 없는(Unpredictable), 그리고 잊을 수 없는(Unforgettable)" 대선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다. 이제 우리는 제47대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함께 외교, 국방, 경제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패권국가로서 미국이 재정비를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은 현명한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미국의 리더십에 맞추어 우리의 이익과 국민을 지키며 상생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지연 부산시의원 / 미 국무성 초청 연수자 서지연 부산시의원 / 미 국무성 초청 연수자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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