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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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1968~ )

떨어진다는 것은

부수어짐

이전의 나를 버리고

다른 내가 된다는 것이다

삶의 여울을 돌아 나와

세월의 무서운 속도에 몸을 맡기고

뒤돌아볼 겨를이 없다

다시 살 수 없음이여

무서워 말라 상처를

만나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그대 만난 나처럼

-시집 〈상처가 나를 살린다〉(2001) 중에서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부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자신을 부술 수 있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시인은 부수는 것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숨, 그것이 재생 혹은 승화라고 확신한다면 누군들 그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많은 사람은 그리하지 못한다.

새로운 ‘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협소한 자신을 부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떨어진다는 것’이 헌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임을 온 영혼과 몸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과단성과 열린 사고가 동시적으로 결합할 때 발생하는 아름다움! 폭포가 그러하다. 시인은 폭포의 가치를 ‘속도에 몸을 맡기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즉 ‘뒤돌아볼 겨를 없’이 과감하게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그런 존재가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를 지사(志士)라 부를 수 있다. 소심하고 이기적인 자신의 모습을 ‘떨쳐 버리고’ 대의를 위해 용맹정진하는 사람, 그가 그립다. 김경복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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