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엔군 기지 난입
레바논 주둔 유엔군 5명 부상
이스라엘 “인근에 반군 의심”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병력을 투입해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지상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현지에 주둔 중인 유엔평화유지군(이하 유엔군) 기지를 부수면서 갈등을 고조됐다.
이스라엘군이 13일(현지시간) 현장을 외신에 공개하고 “유엔군 주둔지 인근에 헤즈볼라의 무기고 및 미사일 발사대와 이어지는 지하 터널이 있고, 국경 코앞에는 침투 공격을 위해 콘크리트 장벽 폭파 작전을 위한 은밀한 전초기지도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7일 베이루트 외곽에 있는 헤즈볼라 본부에 맹폭을 가해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 그리고 사흘 뒤인 30일에는 레바논 남부에 병력을 투입해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지상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유엔군 벙커 외부 감시 카메라에 총격을 가하기도 했고, 평화유지군 기지 정문을 부수고 강제 진입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부대 진입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쏜 연막탄 등으로 평화유지군 대원 5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유엔은 이런 이스라엘군의 행위를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고 국제사회도 이를 거들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군이 헤즈볼라의 인질이 됐다는 주장을 펴면서 교전 지역에서 병력을 빼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국경 인근에서 발견된 이런 터널들이 헤즈볼라가 유엔군과 민간인 거주지 주변에 군사 인프라를 건설하고 은폐용으로 사용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또 이스라엘 측은 국경을 따라 헤즈볼라의 무장 활동을 감시해야 하는 평화유지군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안드라 테넨티 유엔군 대변인은 “유엔군은 열화상 센서나 레이더 등 정교한 탐지 장비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터널과 무기고를 포함한 모든 발견 대상을 분기별로 유엔 안보리에 보고한다. 우리가 위반 사항을 목격했다면 벌써 보고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엔에서 평화유지군 업무를 관장하는 장-피에르 라크루아 사무차장도 지난주 “유엔군은 이미 평화유지군 주둔지 인근의 헤즈볼라 병력 존재와 이에 따른 이스라엘군의 공격 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이 인제야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헤즈볼라는 유엔군 주둔지 근처에 지하 터널이 있다는 의혹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UNIFIL을 전투 지역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레바논 전투 지역에 주둔한 군인들이 헤즈볼라의 인질이 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