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 사상구 야구 꿈나무의 터전을 지키겠습니다” 김정훈 사상구 리틀야구단 감독
14세 이하 선수반·주말반 8년째 운영
2022년 북구청장배 대회 등 우승
동서 교육 격차로 유소년 야구 위축
“사는 곳 때문에 야구 꿈 접어선 안돼”
“부산 사상구에 야구를 사랑하는 꿈나무들이 있는 한 리틀야구단을 지키겠습니다.”
김정훈 감독은 사상구 리틀야구단을 8년째 이끌고 있다. 사상구 리틀야구단은 (사)한국리틀야구연맹 소속으로, 2008년 사상구의 승인을 받아 대한야구협회와 부산시야구협회에 등록된 야구단으로, 14세 이하 회원들이 선수반과 주말반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상구 리틀야구단은 2019년 U-12 전국유소년야구대회 우승, 2022년 제1회 부산시 북구청장배 리틀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선수반 회원 15명 등 전체 회원이 35명에 달했지만, 해마다 회원 수가 줄었다. 현재 선수반 3명을 비롯해 전체 회원은 20명 정도다.
김 감독은 처음 부임했을 때도 사정이 열악했다고 했다. 연습용 야구공이 부족해 공을 구하러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금이 그때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아이들의 숫자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 교육 격차 속에 아이들이 사상구를 빠져 나가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체육 인프라도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 실제 사상구의 0~17세 인구는 2021년 2만 2623명(10월 기준)에서 올해 1만 9345명(9월 기준)으로 감소했다.
김 감독은 사상구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사상구를 대표하는 선수이니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며 “하지만 정작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지역에 사는 자부심을 심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이들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락생태공원에서 하루 3시간 안팎으로 연습을 하는데, 바로 옆에 파크골프장이 있어 안전 위협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역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 회원의 83%가 조손가정이거나 평균소득 70% 이하 가정에 속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시합에 많이 나가는 것을 원하지만 각종 비용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리틀야구단이 참가하는 한국리틀야구연맹과 부산시야구협회 주최 시합의 성적은 공인 기록으로 남아 상급학교 진학 때 근거로 사용된다. 해운대구 등 다른 구에 비해 시합에 나가는 횟수가 적은 것이 안타까워, 경비가 모자랄 때면 김 감독이 사비를 털어서 마련하고 있다.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김 감독은 사상구 리틀야구단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16년 동안 사상구 리틀야구단을 거쳐간 아이들의 ‘고향’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 감독은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에서 선수로 활약하는 친구들이 지금도 종종 찾아와서 야구 이야기를 나눈다”며 “교육 환경이 열악한 서부산권에서 아이들이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울 수 있는 터전이 사라지지 않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