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시대-명의와 휴&락] “뇌로 인한 중추성 어지럼증, 즉시 응급실 가야”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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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고신대병원 이비인후과 이환호 교수 - 어지럼증

어눌한 말 동반 마비 땐 비상 상황
귀 연관 말초성은 원인 진단이 중요
항경련제·항우울제 등 약물 주의
전정기능검사, 안구운동 이상 체크
메니에르병, 저염식 식단이 도움
균형 유지·하체운동 낙상예방 효과

이환호(오른쪽) 고신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도심 속 힐링공간’ 회동수원지 둘레길을 걷고 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보행 분석과 낙상 위험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환호(오른쪽) 고신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도심 속 힐링공간’ 회동수원지 둘레길을 걷고 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보행 분석과 낙상 위험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은 아주 다양하다.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면 치료의 절반은 성공했다고 할 정도로 어지럼증은 구분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이유를 몰라 신경과, 이비인후과, 정신과 등을 돌며 헤매는 경우가 많다. ‘명의와 휴&락’ 3편에서는 어지럼증과 보행 분석 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해 오고 있는 이환호 고신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촬영은 부산 금정구와 기장군에 걸쳐 조성돼 있는 회동수원지 둘레길에서 진행했다.

-어지럼증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시력기관, 평형기관, 발바닥에서 느끼는 고유 감각기관이 서로 보완하면서 균형을 잡는다. 이 기관들을 비롯해 이들과 연관된 혈관 및 신경계 이상이 있는 경우에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이상, 시력 이상, 중추신경계 이상과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피로 등이 어지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귀의 전정기관이나 달팽이관의 문제로 인해 생기는 어지럼증은 어떤 종류가 있나.

“귀의 문제로 인해 생기는 것이 말초성 어지럼증이다. 전정신경염, 이석증, 메니에르병이 여기에 속한다. 전정신경염은 귀에 있는 전정기관의 신경에 감염이나 혈액 순환 장애 등으로 인해 빙글빙글 도는 증상이 유발되는 것이다. 이석증은 이석이라는 돌이 제자리를 이탈해 특정한 자세를 취할 때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메니에르병은 귀 안에 있는 내림프액이 과도하게 많아져서 생긴다.”

-뇌의 문제로 인해 생기는 어지럼증은 어떤 것이 있나.

“뇌졸중이나 뇌종양 등과 같이 뇌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중추성 어지럼증이다.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어지럼을 느끼는 기립성 어지럼증도 있다. 기립저혈압, 기립빈맥 등이 원인이 될 수 있고 주로 빙빙 도는 증상보다는 아찔하거나 어질어질한 현기증을 호소한다.”

- 어지럼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검사 방법은 어떤 게 있나.

“가장 먼저 전정기능 검사를 하게 된다. 어지럼증의 가장 기본적인 검사이고 안구 운동이 정상인지를 체크하기 위해 두부충동검사를 실시한다. 시선을 정면을 보면서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돌리면 전정기능 이상이 있는 경우 눈이 정면을 보지 못한다. 뇌졸중과 귀 원인의 어지럼증을 구별하기 위해 시행하는데 MRI보다 민감도가 좋다. 체위 변환 검사를 통해서는 이석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원인에 따른 어지럼증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있는지.

“뇌의 문제로 인한 중추성 어지럼증의 경우 원인 인자가 될 수 있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잘 치료하는 것이 좋고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도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말초성 어지럼증 중 메니에르병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조절과 저염식 식단이 큰 도움이 된다. 이석증의 경우도 스트레스, 노화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비타민D 결핍이 재발에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약이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나.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약물은 아주 많다. 대표적으로 항경련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장기간 과량 복용하면 뇌손상에 의해 어지럼이 발생할 수 있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정신병 약물은 단기간 사용해도 어지럼증을 일으키고, 소염진통제와 근이완제도 그럴 수 있다. 고혈압 약을 과하게 복용하면 저혈압을 일으켜서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어지럼증은 자칫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낙상 예방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알고 치료해야 한다. 그리고 낙상 예방을 위해 하체 근력 운동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 낙상이 발생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 동선 구간의 물건 정리, 조명 조절, 미끄럼 방지용품을 준비해 두면 좋을 것이다.”

-보행 분석으로 낙상 위험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

“낙상의 위험이 있는 사람은 보행에 불규칙적인 요소들이 있다. 물론 이 요소들이 있다고 다 넘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요소들이 반복되고 변동폭이 증가할 때 낙상 위험이 커진다. 이를 낙상 전단계 분석이라고 한다. 보행의 비정상적인 요소들을 토대로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낙상 위험도를 평가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사전에 낙상을 예측하고 운동을 시켜 낙상을 예방하도록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어지럼증인지, 여유를 갖고 치료해도 되는 어지럼증인지 구분하는 방법이 있나.

“뇌졸중 등과 같이 뇌의 문제로 인한 중추성 어지럼증은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심한 두통이나 사지마비, 안면마비, 어눌한 말이 동반한다면 중추성 원인의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귀의 문제로 인한 말초성 어지럼증은 메니에르병처럼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오는 경우도 있지만 저절로 호전되기도 한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일단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서 증상이 호전되는지 지켜본다. 재발하고 호전이 되지 않으면 예약을 한 후에 외래로 와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가.

“중추성 어지럼증은 즉각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가야 한다. 뇌 조직은 아주 민감해서 5분만 경과하면 뇌세포가 사멸하기 시작한다. 세수와 화장을 하고 옷까지 차려 입고 병원에 오기도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 반면에 전정기관이나 달팽이관의 이상에 의한 말초성 어지럼증은 여유를 갖고 대처해도 된다. 이 경우에도 치료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어지럼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힌 후에 거기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명확하게 진단을 안 내린 상태에서 증상 치료만 계속하면 회복되기가 어렵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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