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많아 탈도 많은 손, 골절 치료 늦으면 ‘변형’ 각오해야
[손 골절 유형과 치료 주의점]
환자 70%가 11~45세 분포
뼈 맞추기 힘든 경우 수술해야
복서 골절, 주먹다짐 등이 원인
뼈 돌아가면 기능 장해 발생
끝마디 골절, 백조 목 변형 유의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와 상의를
손은 14개의 손가락뼈, 5개의 손바닥뼈, 8개의 손목뼈가 관절을 이루고 있어서 자유롭고 섬세한 동작을 할 수 있다. 손에 골절이 생기면 생활에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산마이크로병원 공병선 원장은 "특히 중수골(손허리뼈)과 수지골(손가락뼈)의 골절은 팔과 어깨, 손으로 이어지는 전체 상지 골절의 40%를 차지할 만큼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수술 필요 기준과 합병증
권 모(20) 씨는 술을 한잔 한 뒤 재미 삼아 펀치 오락기에 주먹을 날리고 상당한 통증을 느꼈다. 다음 날 손이 부어 병원을 방문한 결과 중수골 경부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 모(33) 씨는 축구 시합을 하던 중 축구공이 새끼손가락에 부딪혔다. 손가락이 계속 아파 병원에서 방사선 사진을 찍었더니 원위지골의 골성추지 진단이 나와 손가락에 핀을 박는 수술을 해야 했다.
손에 생기는 골절은 이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주로 주먹으로 물체를 가격하거나 운동이나 작업 중 손상으로 발생하는 만큼 환자의 70%가 활동적인 연령대인 11~45세에 분포한다.
골절의 위치와 양상은 손에 작용하는 회전력, 굽힘력, 직접 가격, 간접 충격과 각 조합에 따라 다양하다. 치료에서는 골절선의 위치와 방향, 분쇄의 유무, 골절의 전위(위치 변화) 정도, 관절 침범의 여부와 연부 조직 동반 손상 등이 중요한 지침이 된다.
골절로 어긋난 뼈를 손으로 맞출 수 있으면 부목을 덧대 고정하는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뼈를 맞추기 불가능한 경우나 뼈가 돌아간 회전 변형, 관절 내 골절, 개방성 골절, 다발성이나 연부조직의 손상을 동반한 골절 등은 수술로 뼈를 맞추는 관혈적 정복이 필요하다.
손 골절의 합병증으로는 관절이 굳는 강직, 뼈가 제 위치에 붙지 않은 부정유합, 뼈가 붙지 않은 상태로 골절 부분의 치유 과정이 보이지 않는 불유합, 골수에 균이 침입해 염증이 생기는 골수염 등이 있다.
특히 강직은 손가락 골절에서 많이 생길 수 있다. 기능 장해를 유발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공병선 원장은 "골절 부위와 양상에 따라 강직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되도록 골절된 부위를 튼튼하게 고정하고 일찍 운동과 물리 치료를 시작하면 강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유합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경우는 뼈가 돌아가는 회전 변형이다. 회전 변형이 발생하면 손가락을 굽힐 때 부러진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을 올라타서 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골절된 부위를 다시 잘라서 회전 변형을 먼저 교정한 다음 고정해야 할 수 있다.
■부위별 원인과 변형 종류
중수골 경부는 손가락뼈와 손목뼈를 잇는 손허리뼈의 목 부분으로, 중수골에서도 가장 흔한 골절 부위다. 주먹을 쥔 상태에서 물체를 가격할 때 발생하기 때문에 권투선수 골절로도 부르는데, 실제로는 권 씨처럼 홧김에 벽을 치거나 어설픈 주먹다짐을 하다 주로 발생한다.
이 부위 골절은 종종 뼈가 제 위치에 붙지 않을 수 있다. 부정유합이 생기면 뼈 머리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없어져서 주먹을 쥐었을 때 다른 손가락보다 움푹 들어가게 된다. 또 움직임의 각도가 줄고 손바닥 부위에서 중수골 골두가 만져져 심한 경우 손바닥에 티눈이 생기고 만성 통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뼈가 구부러져 붙은(각 형성)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는 깁스로 고정할 수 있지만 심하면 수술을 하게 된다.
손허리뼈의 중간 부분이 부러지는 중수골 간부골절은 골절 형태에 따라 횡형·사형·복합 골절 등으로 분류된다. 가로로 부러지는 횡형 골절은 직접적인 충격, 사선으로 부러지는 사형 골절은 비틀린 힘의 결과로 주로 발생한다. 복합 골절은 직접적인 강한 충격이 원인이다.
중수골 간부골절은 회전 변형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손허리뼈가 돌아간 상태로 뼈가 제 위치에 붙지 않으면 손가락도 회전돼 주먹을 쥐었을 때 다친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 위로 올라타게 돼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전위(위치 변화)가 별로 없는 경우 깁스 고정으로 치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술로 회전 변형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손가락뼈 골절은 골절 부위에 따라 근위지골, 중위지골, 원위지골 골절로 나뉜다. 손가락 끝마디에 있는 원위지골은 작업을 할 때 손상에 가장 빈번히 노출되는 부위로, 손 골절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연부 조직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원위지골절 중 추지골절은 야구 수지라고도 부른다. 손가락 끝이 공 등에 강한 충격을 받으면 힘줄이 붙은 부위에서 골절이 발생해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 굴절 변형이 일어난다. 치료가 지연되면 손가락 끝마디가 앞으로 구부러지고 중간 마디는 안으로 휘는 백조 목 변형이 된다.
부산마이크로병원 공병선 원장은 "손의 골절은 치료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고 기능 장해를 보이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되도록 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