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강 노벨문학상 쾌거… 다음은 과학·경제 분야 차례다
K문화 세계 확장 활성화 계기돼야
기초과학 연구 지원하는 정책 절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대한민국의 경사다. 우리나라로서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 이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다. 문학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거둔 쾌거다. 특히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의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미 깊다.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이 이제 세계 무대에서 소통하고자 했던 오랜 꿈을 이룬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 작가는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국제 문학계에서 주목받아 왔다. 작가의 이번 수상은 문화 강국 한국의 위상을 한층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 작가는 인간의 폭력성과 상처를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는 특히 고통받은 이들의 내면을 담은 작품이다. 이 소설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 외국인들이 그동안 세계 문학계에서 변방이나 다름없던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영화 음악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그동안 뜨거웠다. 여기에 이제 문학도 가세하며 한국은 명실상부 대중문화뿐 아니라 문학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로써 한국 문학이 세계의 중심에서 그 깊이와 가치를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K문화를 더욱 확장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일찍이 백범 김구는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문화 강국)이다”라고 했다. 독창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가 행복한 나라이며 강한 나라이고 세계평화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며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일본과 중국 문학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여기서 그치지 않게 하려면, 우리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에 과시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 우리 문학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는 효과를 기대한다.
노벨상 수상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과학이나 경제 분야에서의 수상자는 아직 한 명도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5명, 중국은 3명의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낮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물론이고 정부의 관심도 부족하다. 최근 국가전략연구플랫폼을 운영하는 전담 부서인 국가전략연구센터마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칼바람을 맞았을 정도다. 여기다 정부 연구개발비도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간 R&D 불균형도 심각한 편이다. 정부와 국회·기업 등이 기초과학 연구를 전폭 지원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노벨상의 쾌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다음 차례는 노벨과학상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