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무인기 공방 가열, 남북 긴장 고조되나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북한, 한국 무인기 다시 발견하면 “끔찍한 참변 일어날 것”
국방부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 가하면 북한 정권의 종말”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적무인기에서 살포된 삐라장들과 삐라묶음통”이라고 쓰여 있다.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적무인기에서 살포된 삐라장들과 삐라묶음통”이라고 쓰여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국 무인기 평양 상공 침범’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면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한국 무인기가 다시 평양에 나타난다면 즉각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1일 오후 8시 10분 조선중앙통신에 외무성 명의 중대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이 지난 3일, 9일, 10일 심야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무인기가 2024년 10월 9일 오전 1시 13∼14분 상공에서 어떤 물체를 떨어뜨리는 모습, 물체에 담겨있던 무언가가 낙하하는 모습을 초 단위로 찍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전단에는 북한이 무기를 구매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식량이 얼마나 많은지 등 북한 지도부를 공격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북한 외무성이 무인기 침투를 주장했을 때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가 긴급회의 이후 “북한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비열하고 저급하며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 및 쓰레기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한국 국방부가 주범 내지는 공범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이번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며 평양에서 한국 무인기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도 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사진만으로는 한국에서 평양으로 무인기를 보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주장의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한국의 민간 단체가 보낸 게 맞다고 하더라도, 전단 디자인이나 내용물이 기존의 것과 달라 기존 단체가 아닌 새로운 단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북한의 자작극 아니냐는 의문도 일고 있다. 하지만 영공 방어에 실패했다는 사실까지 대내외에 알리면서 자작극을 벌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북한은 13일 남한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주장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남측을 향한 적개심 고취에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실은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으로 화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천만 우리 인민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무자비한 보복 열기로 피끓이며 노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주민들의 이름을 빌려 “괴뢰한국 쓰레기들”, “한국괴뢰족속”, “미친 개무리 찢어 죽이고, 칼탕쳐 죽이겠다”는 등의 수위 높은 막말을 쏟아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국방부는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13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북한 김여정 담화 관련 입장’ 메시지에서 “김여정의 담화는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하고 최근에는 저급하고 치졸한 오물 쓰레기 풍선 부양을 해온 북한이 반성은커녕 우리 국민까지 겁박하려는 적반하장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여정은 담화에서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행위’라는 표현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으나 정작 북한은 지금까지 이미 10여 회 우리 영공을 침범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2년 북한 무인기 영공 침투 등을 포함한 횟수다. 국방부는 “소위 ‘평양 무인기 삐라(전단) 살포’의 주체도 확인하지 못한 북한이 평양 상공이 뚫린 것을 두고 ‘끔찍한 참변’, ‘공격태세’를 운운하는 것은 독재정권이 느끼는 불안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