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4] “30주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BIFF 찾는 중장년 ‘연어’ 사라져
“‘아시아 영화의 창’ 가치 지켜야”

부산대 영화연구소 서대정 소장. 부산대 영화연구소 서대정 소장.

1996년에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내년이면 30주년, 즉 이립(而立)을 맞이한다. 그러므로 스스로 세운 주관에 따라 진정으로 자기 길을 가야하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 지난 두 번의 행사는 고참 선원이 돌아가면서 선장 대리를 맡아 한국에서 제일 큰 영화제를 이끌었다. 다가오는 이립의 해에는 명실공히 자격을 갖춘 선장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진두지휘해야 할 것이다.

BIFF는 한때 젊은 관객이 가장 많이 찾는 영화제라는 사실에 고무된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닻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늙은 영화제’들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이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때의 젊은 관객은 중·장년이 되었으며 BIFF도 차츰 나이 들어가고 있다. 여전히 젊은 관객이 많이 찾는다는 말에 위로받는다면, BIFF는 ‘연어’들이 점점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알면서도 일부러 눈을 감고 있는 것일 테다.

BIFF 앞에는 해결해야할 이슈가 한 가득이다. 좋은 선장 초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극장과 OTT의 사이에 얽힌 관계 역시 ‘이립’해야 한다. 올해 개막작으로 선보인 OTT 콘텐츠는 폐막식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영화제가 OTT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BIFF의 이사장, 조직위원장, 집행위원장, 프로그래머 등등이 바뀌어도 결코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시아 영화의 창’이라는 영화제의 슬로건이다. 이를 놓는 순간 BIFF는 더 이상 존재의 의의를 논할 수 없게 된다. 지원금 삭감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영화제가 신음할 때 부국제는 세계적인 대기업의 후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풍성한 살림살이로 한 해를 보냈다. 상영한 영화들의 질적 수준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선장의 부재를 몰락의 징후로 읽으려는 세간의 시각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려는 듯, 프로그래머들은 작심해서 좋은 영화들을 관객에게 제공했다. 이점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도 많은 관객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며 위기감을 표한다.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정확히 30년 전에 발매된 고 김광석의 4집 앨범 수록곡인 ‘서른 즈음에’의 가사 일부이다. 잊히지 않는 영화제, 계속 관객 곁에 머물러 있는 영화제를 우리는 간절히 염원한다. 이는 내년에 맞을 30주년을 대비하여 영화제의 방향을 이립하라는 시네필의 주문이며 동시에 BIFF를 사랑하는 관객의 요구와 내부 사정을 모르고 떠드는 투정 사이, 그 어디쯤에 자리할 것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