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게임학 석·박사 과정' 부산에서 시작하자
김치용 동의대학교 게임공학과 교수 대외협력원장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슈퍼스타들을 모으고 있는 축구와 더불어 국가적으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게임 산업이다. e스포츠 월드컵(EWC)와 같은 국제행사를 지난 7~8월 개최했으며, 자국의 새비 게임즈가 6조 4000억 원가량을 들여 미국 모바일 게임사인 ‘스코플리’를 인수하는 등 게임업계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게임 산업의 전통적인 선구자였던 미국과 일본, 유럽은 물론 최근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과 중국 등에 이어 사우디까지 국가적으로 게임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향후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글로벌 게임시장에서의 인적, 물적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특히 게임 산업의 전문가 양성을 통한 인적자원 확보는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인력 양성 측면에서는 발 빠르게 대응하는 편이다. 현재 전국의 대학에 50여 개의 게임 관련 학과가 운영되고 있으며, e-스포츠 관련 특성화고도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도 동의대학교 등 4개 학교에서 게임 관련 학과를 운영하며 게임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향후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비한 전문 고급인력 과정의 부재가 아쉽다. 연극이나 영화와 같은 다른 콘텐츠 분야에서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다수의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에서 영화나 연극에 비해 그 비중이 적지 않은 게임 콘텐츠에 대한 교육과정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 학과과정은 전국의 대학에서 고르게 운영되고 있지만, 전문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석·박사 과정으로 눈을 돌리면 전국에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의 학교만이 게임 관련 일반대학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관련 일반대학원을 운영하는 학교도 기존의 공학, 디자인학 등의 학위를 수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순수 게임학 석·박사 과정은 사실상 아주 적은 편이다. 그렇다면 우리 부산에서 글로벌 게임학 석·박사 과정을 개설해 보는 건 어떨까? 글로벌 디지털 과학 허브도시를 표방하며 세계적인 게임박람회 지스타(G-Star)의 도시로 위상 높은 부산은 글로벌 게임학 전공의 석·박사 과정을 시작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 부산은 인문학, 사회학, 공학, 디자인학 등 다양한 학문의 융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게임학을 소화할 만큼 충분한 대학 교육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센텀 1, 2지구를 비롯해 시 전역에 다양한 첨단산업 시설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부산의 BRENA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e스포츠 경기장이다.
필자는 부산의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산·관·학의 협력을 제안한다. 부산시는 게임펀드 조성과 대형 게임사의 프로젝트 및 지사 유치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현재 부산에도 좋은 게임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지만,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글로벌 게임사의 지사를 유치하고, 그들이 진행 중인 글로벌 대형프로젝트 참여 인력들을 부산에서 선발할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업계는 현장실습, 전문가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협력해 인재 육성과 발굴에 협력하고, 이를 통한 취업 기회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게임 관련 학과의 커리큘럼을 실무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전문 교수인력의 활용을 통해 더욱 전문적인 지식을 학생들에 전달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교육 없이는 곧바로 실무 투입이 가능한 인재로 키워내기에 한계가 있다.
위의 노력이 실현될 수 있다면 부산의 게임산업 생태계는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부산의 게임학 석·박사 과정을 통해 배출된 최고의 전문인력들이 게임산업 시장에 투입된다면 부산은 진정한 ‘글로벌 게임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저력있는 도시 부산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