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 양식, 수산업의 새 성장 동력
민광식 전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생명과학 본부장·부경대학교 겸임교수
전 세계 양식 생산량이 어업 생산량을 크게 넘어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발간한 ‘2024 세계 어업과 양식 보고서’에서 해조류를 포함한 2022년 세계 수산물 총 생산량이 2억 2320만t이라고 밝혔다. 이 중 양식 생산량은 1억 3090만t으로 전체의 58.6%를 차지하여 어업 생산량(9230만t)을 크게 웃돌았다. 우리나라의 양식 생산량은 227만t으로 2022년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량 361만t의 62.9%를 차지하였으며, 어업 생산량은 134만t (37.1%)으로 양식 생산량을 크게 밑돌았다.
전 세계 수산물 소비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전 세계 수산물 소비량(해조류를 제외한 수생동물 기준)은 약 1억 6500만t으로, 1961년 이후 세계 인구 증가율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증가해 왔다. 최근 공표된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소비하는 수산물은 2021년 기준으로 2000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68.4㎏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인 67.0㎏을 넘어섰다. 해양수산부는 2025년에는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7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고, 그리 어렵지 않은 예상치라고도 했다.
수산물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자급률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증가하는 수산물 소비량 중 국내에서 생산된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 자급률은 2000년에는 93.3%로 매우 높았으나, 연도별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며 2021년 기준으로 71.0%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물 자급률의 감소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국내 소비량은 늘어나는 반면 생산량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며, 지속적인 시장 개방에 따른 수입량의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산물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한 수산물 생산과 고품질 수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고비용·저효율 사육기술 중심의 기존 양식 시스템에서 스마트 양식 등 첨단·자동화 시스템으로 양식 방법에 대한 기술혁신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 주요 양식 선진국들은 일찍이 생육 환경 모니터링 및 제어와 사료 공급에 이르기까지 1인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양식을 추진해 오고 있다. 스마트 양식은 정보 통신기술(ICT), 사물 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혁신적인 첨단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양식을 규모화·스마트화하고 친환경 양식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특히 미래 양식 산업은 양식 대상 생물별 스마트 환경 제어와 생산 시스템의 지능화, 양식 전주기의 복합적 문제 해결이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 산업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도 양식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경험·노동 집약적인 기존 방식에서 자동화·자본 집약적 지식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해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양식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양식 산업 발전 기본 계획(2024~2028년)’을 수립해 연어, 넙치, 새우 등 양식 품종에 대한 스마트·자동화 체계 전환을 추진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 양식 기술 개발은 초기 단계로 신산업 분야이다. 스마트 양식이 우리나라 양식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양식 기술의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하고, 대상 생물별 양식 전주기 디지털화 등 데이터 기반의 핵심 기술 개발과 학제적, 산학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이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미래 융합형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스마트 양식이 우리나라 양식 산업을 지속 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신산업 분야로 발전시키며, 세계 양식 산업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