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4] OTT·AI가 바꿀 영화의 미래를 살펴보다
제29회 BIFF 중요 화두는 ‘미래’
새 환경·기술 관련 포럼 잇따라
OTT 대두로 흥행 불확실성 커져
AI 등 기술 발전 등 환경 변화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미래’다. 개막작은 BIFF 사상 처음으로 극장에선 개봉하지 않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영화 ‘전, 란’이 선정됐고, AI(인공지능)·VFX(시각특수효과)를 활용한 작품이 공개되는 등 확 달라진 콘텐츠 시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영화 산업 관계자들은 영화의 미래를 여러 방면으로 톺아보는 포럼을 곳곳에서 열어 앞으로의 활로를 모색했다.
■극장·영화 산업의 미래
CJ ENM이 연 ‘CJ 무비 포럼’에선 영화관과 OTT, IP(지식재산권) 등 업계 전반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이 포럼에선 CJ ENM과 함께 멀티플렉스 CJ CGV,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OTT 티빙 등 콘텐츠 사업을 하는 CJ 주요 계열사 관계자가 총출동해 업계 전반의 이야기를 나눴다. 넷플릭스 ‘D.P’ 등을 만든 한준희 감독과 영화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 ‘잠’을 만든 유재선 감독 등 영화인들이 참석해 현장의 이야기도 전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OTT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극장 영화 소비 패턴과 시청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윤상현 CJ ENM 대표는 “과거 숱한 천만 영화를 배출하면서 작품성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 방정식이 과연 앞으로도 통할 것이냐는 점에서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고 토로했다. 윤 대표는 OTT의 대두와 콘텐츠 제작 비용 상승,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등을 불확실성의 요소로 꼽았다. 그는 “과거 개봉작들이 공개 2주 안에 흥행을 판가름했던 것과 달리 이젠 관객의 관람 패턴이 늦어지면서 ‘장기 상영’ 콘텐츠도 증가하고 있다”며 “AI 기술이 영상의 질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지, 급증하는 제작비를 떨어뜨릴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문장도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게 사업 구조 전반을 재구성해야 하는 시기”라며 “영화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어떤 것이고, 통하는 소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인들의 고충도 들을 수 있었다. 전 감독은 “요즘에는 눈치 볼 게 많아지다 보니 기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여러 이유로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하기에 (영화적)기세가 꺾이는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한준희 감독도 이에 동의하며 “사실 전 감독 말처럼 지금은 어떤 시장의 환경 자체가 되게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다. 전적으로 연출자 감독, 작가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하기엔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상생 위해 머리 맞댄 AI 콘퍼런스
AI와 VFX 등 기술의 도약은 영화와 드라마 제작 현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올해 BIFF에서 상영된 ‘멸망의 시’는 AI 영화로 시네마의 정의를 재고하게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AI 콘퍼런스’는 이런 업계의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였다. 최근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콘텐츠 업계에 생긴 큰 변화와 AI 기술 고도화에 따른 업계의 미래를 함께 전망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BIFF와 부산영상위원회가 함께 기획했다.
‘한국 영화산업과 AI 자본, 디지털 로케이션, 그리고 법적 쟁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 세미나에는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 엑스온스튜디오 장원익 대표, CJ ENM 법무팀 황경일 상무가 패널로 참석해 콘텐츠 산업의 미래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행사장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객이 가득 차 AI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콘텐츠 산업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기존 콘텐츠 업계의 상생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장원익 엑스온스튜디오 대표는 “버추얼프로덕션이 로케이션 촬영을 대체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버추얼프로덕션은 로케이션과 함께 가는 한 가지의 축”이라며 “위험한 장면이나 많은 돈이 드는 촬영 같은 부분을 기술이 보완하는 방안으로 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최근 생성형 AI 기업들이 저작권자와 협업해 결과물을 공유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AI가 학습하면서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새 비즈니스모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황경일 상무는 “현행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어 지금은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저작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면서도 “각 국가에서는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라 AI를 활용한 저작물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어. 앞으로 법률적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