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에 인종차별 발언한 선수, 10경기 출장 정지
FIFA, 마르코 쿠르토에 중징계
울버햄튼·코모 친선전 중 발생
황희찬에 “재키 찬” 모욕 논란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마르코 쿠르토(체세나)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FIFA는 쿠르토가 연습 경기 도중 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이 확인됐다며, 10경기 출전 정지 조치를 취했다.
사건은 지난 7월 울버햄프턴과 코모 1907(이탈리아 세리에 A)이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치른 프리시즌 경기에서 벌어졌다. 당시 후반 23분에 투입된 황희찬은 쿠르토로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쿠르토는 동료에게 “황희찬은 무시해. 그는 자신을 재키 찬(성룡)이라고 생각해”라는 말을 했고, 이는 동양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여겨졌다.
이 발언을 들은 황희찬의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분노하여 쿠르토에게 주먹을 날렸고, 그로 인해 포덴세는 퇴장됐다. 경기 후, 울버햄프턴의 감독 게리 오닐은 “정말 실망스럽게도 황희찬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면서도 황희찬이 계속 경기를 뛰겠다고 결심한 것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코모 구단은 해당 사건에 대해 “황희찬이 동료들에게 ‘차니’라고 불리는 걸 듣고 쿠르토가 재키 찬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키 찬’이라는 표현은 서양에서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코모의 설명은 오히려 더 큰 비판을 받았다.
이후 쿠르토는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코모를 떠나 이탈리아 세리에 B의 체세나로 임대 이적했다. 한편, 울버햄프턴의 축구 분야 최고 책임자 맷 와일드는 FIFA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 “이런 징계는 축구에서 인종차별이 절대로 허용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울버햄프턴은 모든 구성원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유럽축구연맹(UEFA)의 주관 경기에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UEFA는 공식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황희찬을 대표해 FIFA에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 징계가 확정됐다. FIFA 대변인은 “쿠르토가 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이 확인돼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고 밝히며, 5경기는 유예 처분을 받았고, 그는 사회봉사와 인종차별 방지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