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롯데 자이언츠 결산] 에이스도, 필승조도, 마무리도 흔들렸다
상. 투수·수비
박세웅·김진욱·나균안 선발진 붕괴
최준용 부상·김원중 부진에 뒷문 불안
수비 실책 123개로 리그 2위 불명예
올해 롯데 자이언츠의 5강 진입 실패 원인 중 하나로 ‘투타 불균형’이 꼽힌다. 롯데는 어느 정도 강력한 타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으나, 투수 부문에서 외국인 ‘원투 펀치’를 제외한 국내 선발진과 불펜진의 동반 부진이 가을야구 진출의 발목을 잡았다. 롯데가 내년 5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마운드 안정화가 필수 조건이다.
2024 KBO 정규리그에서 롯데 투수진의 평균 자책점은 5.05로 리그 7위에 머물렀다. 특히 구원 투수들의 평균 자책점은 이보다 더 나쁜 5.26으로, 10개 구단 중 9위를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또한 1.53으로 다른 구단들보다 높은 편이다. WHIP 수치가 낮을수록 투수가 상대 타자들을 출루시키지 않고 효과적으로 아웃을 잡아냈다는 것을 의미다. 그만큼 롯데 투수들이 상대 타자들을 타석에서 제압하지 못하고, 안타를 맞거나 볼넷으로 많이 내보냈다는 것을 방증한다.
올해 롯데 투수 중 10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12승을 기록한 ‘사직 예수’ 애런 윌커슨이 유일하다. 그는 올해 리그에서 최다 선발 등판을 했으며, 리그 전체에서 4명밖에 없는 완봉승 투수 중 한 명이다. 반면, 윌커슨의 평균자책점 3.84보다 지표상 더 좋은 기록을 낸 ‘좌승사자’ 찰리 반즈(3.35)는 9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이는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약 2개월 동안 제외된 영향이 크다.
토종 선발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올해 30경기에 출전해 6승 11패, 평균자책점 4.78을 기록했다. 이는 박세웅이 팔꿈치 부상을 입었던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평균 자책점(9.92)이다. 또 다른 선발 투수 김진욱 역시 5점대 평균 자책점에, 84이닝 동안 44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투구가 불안정했다. 게다가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나균안은 음주 문제로 징계를 받으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필승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롯데 자이언츠의 뒷문이 흔들렸다. 셋업맨 최준용은 어깨 수술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고, 불펜의 핵심인 구승민 역시 66경기에서 5승 3패 13홀드, 평균 자책점 4.84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남겼다. 전반기 30경기에서 3패 16세이브, 평균 자책점 2.41로 안정적이었던 마무리 투수 김원중도 후반기 들어 26경기에서 3승 3패 9세이브, 평균 자책점 4.85로 부진했다.
이 같은 사정 탓에 롯데는 다가오는 스토브리그에서 투수 영입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는 투수 김원중과 구승민이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동원과학기술대 야구부 이문한 감독은 “김원중과 구승민 등 FA 투수들을 잡아야 롯데가 투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년도 마운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수력 뿐만 아니라 수비의 불안정도 롯데에 뼈아팠다. 롯데의 수비율은 0.9777로 리그 평균 수준이지만, 실책은 123개로 10개 구단 중 KIA 타이거즈(146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다만 병살 수비에서 리그 두 번째로 많은 143개의 병살을 기록하며 위기 상황을 타개한 점은 긍정적이다. 동의과학대 야구부 염종석 감독은 특히 롯데의 유격수와 2루수 수비부터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두 곳의 수비가 불안하면 투수들도 힘들어진다”며 “수비가 보강돼야 내년에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