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헬기 이송’ 소방관·의료진만 징계 수순
국민권익위 의결서 분석
부산소방본부 상황실 근무자 둘
매뉴얼 안 지켜 행동 강령 위반
부산대병원 의료진도 징계 대상
정치인은 규정 부재로 종결 처리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헬기 이송 특혜 논란과 관련해 부산소방재난본부 종합상황실 직원 2명이 결국 징계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당시 당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 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제재 받지 않는데, 의료진과 소방공무원만 징계 대상이 되면서 응급의료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에서” 한 마디 때문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이 7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이 대표 헬기 이송 특혜 논란 관련 의결서와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권익위는 이 대표 피습 당일인 지난 1월 2일 당일 부산소방본부 종합상황실 근무자 A·B 씨 두 사람에 대해 ‘부산광역시 공무원 행동강령’ 제6조와 ‘공무원 행동강령’ 제6조 위반으로 판단된다고 결정했다.
권익위는 A 씨가 부산대병원 관계자로부터 부산소방본부 상황실의 전원 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핫라인 전화로 수신했지만 의료기관의 정상적인 119 응급의료 헬기 출동 요청과 다르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일반적인 출동 요청으로 접수했다고 봤다.
의결서에 담긴 A 씨와 응급의료 헬기 운항을 요청한 부산대병원 측 관계자 C 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C 씨는 “병원 간 이송 헬기를 요청하는데 그쪽에서 당에서”라고 말했고 이에 A 씨는 “당에서요? 병원 간 이송 헬기를?”이라고 반문했다. 권익위는 이를 두고 A 씨가 의료 헬기 구급활동 지침과, 매뉴얼에 해당하는 통상적인 요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B 씨는 A 씨의 상급자로 특정 정당에서 119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할 수 있냐는 C 씨의 문의가 포함된 핫라인 전화 통화 내용을 전달받았다. 그럼에도 C 씨가 담당 의료진인지 또는 출동 요청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공식적인 요청인지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출동을 지시했다고 의결서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부산시 감사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으며 이는 부산소방재난본부에도 공유됐다. 이에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통보 사항에 대한 사실관계를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징계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부산소방재난본부 측은 “권익위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았고 관련해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등 후속 조치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사자만 쏙 빠졌다 ‘울분’
부산대병원의 경우 이미 지난달 30일 징계위원회 등을 열어 논의를 마친 상태로 최종 결정만을 앞둔 상태다. 당일 휴무임에도 전원 요청을 접수한 C 씨의 경우 권익위가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만큼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함께 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또 다른 병원 관계자의 경우 위반 여부가 없다고 의결서는 밝혔다. 이 대표의 가족이 연고지 관계 등으로 서울에서 수술 받기를 희망한다는 이유를 밝히며 응급수술 동의서 작성을 거절한 만큼 부산대병원 진료운영지침 중 전원 대상으로 규정한 ‘치료 거부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와 비서실장이었던 천 의원에 대한 조사는 ‘국회의원에 적용할 행동강령이 없다’는 규정 부재를 이유로 종결 처리했다.
이에 지역 공직사회는 불만이 토로한다. 절차상의 아쉬운 부분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이는 자칫 응급의료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공무원은 국민 생명과 신체 및 재산 보호의 원칙에 따라 긴급 이송을 위해 헬기가 필요한 경우라면 언제든 달려가 이송해야 할 의무와 책무가 있다”며 “긴급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를 가지고 당사자는 배제한 채 실무진만 징계하는 것이 맞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이번 일로 응급환자 구조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부산 공직자들만 억울한 처분을 받게 되었다”며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불명확한 응급 헬기 출동 기준으로 현장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