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대 첫 국감 '김건희·이재명' 공방, 민생은 언제 챙기나
국내외 현안 정부 정책 감시 충실해야
당리당략 열중 땐 국정 난맥 견제 못해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 시작됐다. 다음 달 1일까지 26일간 17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피감기관 802곳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국감의 취지가 살려면 국정을 견인하는 생산적 논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첫날부터 깨지고 말았다. 여야가 작정한 듯 정치 공방의 전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6대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핵심에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있다.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국감은 국민이 바라는 민생의 길을 또다시 일탈해 당리당략의 충돌로 빠져들고 있다.
야당은 이번 국감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제기로 끝장을 볼 태세다. 민주당은 당내에 이른바 ‘김건희 심판 본부’까지 구성했다. 모든 상임위를 동원해 명품 가방 의혹뿐만 아니라 공천 개입, 주가 조작, 부산엑스포 유치 및 국악 공연 소수 특혜 관람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 공세를 벌인다. 특검법 재발의 수순으로 가겠다는 노림수다. 여당 또한 법사위를 시작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밀 조준해 공세를 펴는 맞불 전략에 나섰다. 정치권은 중앙 및 지방정부 행정 감사라는 본연의 책무는 아랑곳하지 않을 태세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추측·억지 주장만 난무하는 맹탕 국감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으로 추락했는지 참담하다. 국내외 급박한 기류 변화에 눈을 감고 지지층 지키기에 열중하는 꼬락서니가 한심할 뿐이다.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은 불안하고 의료 붕괴가 경각에 달린 엄중한 시국이다. 장기화된 고금리·고환율은 기업과 가계의 숨통을 죄고 있다. 내수 부진은 자영업자 폐업 도미노를 낳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긴 가운데 5차 중동전쟁의 전운까지 고조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은 핵 시설을 공개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민생 현안은 산처럼 쌓여 있다. 국감장이 정부 정책의 미진함을 성토하고 대안을 촉구하는 본연의 역할로 복원돼야 할 이유는 차고 널렸다.
여야 정치권이 국감에서 헐뜯기와 막말, 발목 잡기를 이어간다면 국정 견인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 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을 보더라도 국정의 난맥상은 심각한 상태다. 정부의 실정과 무능에 회초리를 들라고 국민이 의회에 권력을 위임한 것 아닌가. 대통령만 지지율이 낮은 게 아니라 여야가 제 역할을 못해서 각 당의 지지율도 하향 평준화되어 있는 점을 민심의 경고로 새겨야 한다. 국감은 국정을 견제하고 비판해서 생산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정쟁과 민생이 구분돼야 할 이유다. 국감장은 정책에 집중돼야 한다. 국감 무용론이 재연되지 않도록 여야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