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주사, ‘키 크는 주사’ 아닙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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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량 증가에 식약처 경고
말단비대증·부종 등 부작용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 사용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이미지투데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 사용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이미지투데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해 오남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성장호르몬 제제는 질환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지만,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져 불필요한 처방과 사용이 늘고 있다.

7일 식약처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제제는 분비장애, 터너증후군 등으로 인한 소아의 성장부전, 특발성 저신장증(ISS) 환자의 성장장애 등에 처방된다. 우리 몸속 뇌하수체에서 생산되는 성장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도록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약물이다.

국내 성장호르몬 제제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31%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4445억 원에 달한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 건수는 2018년 5만 5075건에서 2022년 19만 1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식약처는 성장호르몬 제제를 정상인에게 장기간 과다하게 투여하면 말단비대증, 부종, 관절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허가 사항 범위 내에서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식약처에 보고된 성장호르몬 주사 관련 이상 사례도 2018년 320건에서 2022년 1604건으로 5배나 급증했다. 주요 이상 사례로는 △전신 장애와 투여 부위 반응(통증, 출혈, 타박상 등) △각종 신경계 장애(두통, 어지러움 등) △각종 위장관 장애(구토, 오심, 상복부 통증 등) △피부와 피하 조직 장애(두드러기, 소양증 발진 등) 등이 있었다.

성장호르몬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고, 당뇨병 치료제의 효과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소아당뇨가 있다면 사용 여부를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망막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호르몬주사를 사용하면 안 된다.

최근에는 의료적 목적 외에 근육을 키우고 에너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성장호르몬 주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노화 방지나 체중 감소를 위한 약물로 홍보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 보충이 필요한 소아 또는 성인을 대상으로 의료적 목적으로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건강한 성인이 성장호르몬 주사를 사용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 전에 키를 키우는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먹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3~4회, 30분 이상 땀나는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도 성장판을 자극한다. 가공식품이나 설탕, 탄산음료는 자제하는 게 좋다.

식약처는 성장호르몬 제제의 안전한 사용방법을 담은 안내문을 제작해 배포하고,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성장호르몬 제제를 많이 처방·사용하는 의료기관·약국 등과 온라인을 대상으로 과대광고나 불법 표시·광고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최혜규 기자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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