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입가경 윤·한 갈등, 국정 쇄신·재보선 승리 의지 있나
분열 악재 속출… 지지율도 최저치
민심 경청하고 정치 현실 직시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2일 대통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만찬을 가졌지만 한 대표는 제외됐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는 아무런 답이 없다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모임을 가진 것인데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여기다 지난 7월 전당대회 때 한동훈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언론에 공격을 사주한 정황이 담긴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여권의 분열을 부채질하는 악재는 속출하고 지지율은 바닥을 향해 추락을 거듭하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국정 쇄신은커녕 감정싸움, 집안 갈등에 여념이 없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만찬은 한 대표가 현역 의원이 아니라서 원내 중심으로 준비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하다. 사실상 대통령이 한 대표와 만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게다가 지난달 27일 공개된 대통령실 행정관의 통화 녹취록 내용이 파문을 키우고 있다. “이번에 그거(한 대표가 비대위원장 직권으로 총선 여론조사 당비를 이용해 자신의 대선인지도 조사를 시행했다는 정보)를 잘 기획해서 (한 대표를) 치면 여사가 좋아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 대표도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당 윤리위원회 회부 절차를 밟는 중이다. 윤·한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뻗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부산 금정구청장 등 전국의 기초단체장 4명을 뽑는 10·16 재·보궐선거도 여당 승리를 낙관하기 힘들다. 3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간 이번 선거는 지역 현안보다는 전국적인 이슈에 관심이 쏠리는 큰 판으로 부상했다. 금정구청장 선거에 여야 당 대표들이 총출동해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나서는 것도 그런 이유다. 국회에서 입법 권력을 휘두르는 민주당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진 않지만 내홍과 무능,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으로 지지율 추락을 겪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부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가 정권 실정에 대한 민심의 심판으로 나타난다면 국정 운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9월 4주 차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25.8%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29.9%로 떨어졌다. 대통령과 당 대표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사사건건 충돌해 불협화음만 내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 속에서 대통령이 계속 당 대표를 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정 쇄신과 재보선 승리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면 그럴 수는 없다. 윤·한 두 사람이 서둘러 만나 갈등을 풀고 정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민심 이반도 골든타임을 놓치면 되돌리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