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사벽’ 고분양가… 2년 새 부산 15만 명 청약통장 깼다
신축 평당 3000만 원 내외 예사
‘로또 청약’ 어렵고 당첨돼도 부담
정부 유인책에도 통장 무용론 대세
구축에 관심 몰려 해지 더 늘 듯
불과 2년 새 청약통장을 깬 부산 시민이 15만 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경기 침체와 더불어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분양 미달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대세로 떠올랐다. 이로인해 정부의 각종 유인책에도 청약을 외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부산지역 청약통장 계좌는 166만 7867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171만 8830개)과 비교할 때 5만 963개나 줄어든 수치다. 2022년 8월 부산의 청약통장 계좌는 181만 8541개로 2년 만에 15만 개 이상 통장 갯수가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지난달 말 전국의 청약통장 계좌는 2545만 722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81만 5885개보다 35만 8657개가 줄어들었다. 전국의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었다가, 1~3월 반짝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후 다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전국이 증가세를 나타냈던 올해 1~3월에도 가입자 숫자가 줄어들었다. 서울이나 수도권과는 달리 지역의 분양시장은 침체일로를 걷는 탓이다. 청약통장 무용론이 대세가 된 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고분양가로 이어지자 예전처럼 ‘로또 청약’이 어려워진 탓이다. 직장인 이 모(30) 씨는 “인기 단지의 평당 분양가는 30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실정이라 당첨이 되더라도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기약 없는 청약을 포기하고 지난달 이사하면서 이사 비용에 보태기 위해 청약통장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부산 민간 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분양가는 683만 5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를 평(3.3㎡)당으로 환산하면 2259만 5000원에 달한다. 지난달의 경우 부산의 평당 분양가가 2234만 4000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이는 주요 단지의 분양이 없었던 영향이 크다.
올 하반기 분양이 예고된 부산의 주요 단지는 지금까지의 평균 분양가를 훨씬 상회하는 분양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달 분양에 나서는 드파인 광안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3340만 원으로 역대 부산지역 정비사업장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할 예정이다. 부산 첫 공공기여 협상제 개발로 관심을 모으는 센텀 르엘 웨이브시티는 11월쯤 분양될 예정인데 입지 등을 고려해 분양가가 4000만 원 중반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고분양가에 부담을 느끼는 실수요자들이 청약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으로 관심을 옮긴다면 청약통장 해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공공분양주택 청약 시 인정되는 청약통장 납입 인정액을 기존 월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늘린 개편안도 청약통장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분양주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청약 경쟁률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인데, 당장 월 10만 원도 내기 벅찬 사회초년생이나 저소득자는 월 25만원을 채우지 않으면 청약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등 일부 인기 지역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가점 만점자도 여럿 나오다보니 1순위 청약자들이 매매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신혼부부나 신생아 출생가구 등 청년층에 인센티브가 집중되도록 자꾸 개편되는 제도에 대해 불신을 갖는 중년층도 청약통장을 깨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