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의 고난, 엘리트로서 누린 대가였다”
김민남 동아대 명예교수
미수 기념 문집 <생각…> 출간
“학생운동, 더 이상 완장 안돼”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느냐, 무엇을 알고 있느냐, 무엇을 믿고 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무엇을 행동으로 실천하느냐에 있다.’ 부산 지역의 원로 언론인이자 언론학자인 묵혜(黙惠) 김민남 동아대 명예교수가 미수(米壽) 기념 문집 <생각이 머무는 순간들>을 출간했다. 김 명예교수의 일생은 앞에서 영국의 예술 평론가 존 러스킨이 말한 그대로였다.
그는 남들은 평생 한 번 겪기도 힘든 고초를 세 번이나 겪었다. 첫 번째는 동아대 재학 당시 굴욕적인 한일회담 반대 운동인 6·3 시위로 인한 제적이었다. 두 번째는 동아일보 기자가 되었지만 1975년 자유언론실천선언 발표 뒤 이어진 언론 자유 투쟁으로 인해 해직된다. 그 후 학문의 길을 찾아 동아대 교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다 1980년 민주화운동으로 신군부에 의해 다시 해직당한다.
한 개인이 감내하기 힘든 역경이 담담하게 소개되어 있다. 30년 지기 친구는 “김 교수는 인생에서 세 번이나 목이 날아갔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난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로서 당연히 치르는 대가라 생각하고, 그걸 오히려 누리며 사세요”라고 말한다. 그의 전력을 들은 고등학교 은사가 해 준 귀한 말씀도 그대로 전한다. “자네, 참 고생 많았겠구나. 하지만 그건 늘 안으로 감추고, 완장으로 내비쳐선 안 되네.” 그는 한때의 학생 운동이 화려한 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뚜렷한 소신을 펼친다.
김 명예교수는 동아대에서 신문방송학과와 사회학과를 창설했다. <산업사회학>, <새로 쓰는 한국언론사>, <공공저널리즘과 한국언론>, <지역공동체와 공공저널리즘> 등 빼곡한 저서가 학자로서의 그의 모습을 말해 준다. 또한 부산·경남언론학회장,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운영위원장,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국가균형발전 위원, 전국지방분권국민운동 상임의장 등의 경력은 그의 관심이 학문의 세계를 넘어 지역으로 깊숙하게 흘러들었음을 보여 준다.
정년 후에도 여전히 손에서 펜을 놓치 않고 있다. 그는 이미 3권의 수상집을 낸 시인이자 수필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2020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쓴 수필 39편과 동아일보 자유언론실천선언 50년 기념 문집 기고문, 시 21편을 함께 묶었다.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잊혀 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나라의 존망이 걸린 저출생 문제, 전공의 파업 등 수필이지만 사회비평에 가까운 글들이 많다.
지난달 말 부산 해운대 자택에서 김 명예교수를 만나 후학과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먼저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인지 정의된 역사가 없다. 하지만 스스로 개척, 새로운 길을 내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인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 기자들에게는 “몸으로 취재하고 가슴으로 글을 써라. 몸으로 글을 쓰라는 얘기는 현장을 뛰라는 얘기다. 현장을 다니면서 글을 써야 그 글이 살아서 꿈틀거린다”라고 일갈했다.
한편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차용범 교수는 “선생이 대학 시절 참여했던 동아대학보사, 선생이 개설한 사회학과·신문방송학과, 엄혹한 시절 넓은 품으로 보살폈던 총학생회가 중심이 되어 미수 기념문집 편집위원회를 꾸리고 발간 작업을 맡았다. 선생의 글은 예전부터 인간의 가치와 역사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 교수가 편집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