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형사미성년 만 14세, 그 기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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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헌법 위에 촉법 있다’ 웃지 못할 상황
살인·강도 등 5대 강력범죄 확대 추세
해외에선 아동 범죄 엄하게 처벌해

한국 소년법 개정 야권 반대로 무산
강력범죄 처벌 방안 국회 주도 시급
형사처벌 연령 기준 지금부터 고민해야

“우리 애는 아직 생일이 안 지나서 만 14세 미만이에요.” 집단 폭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중학생 부모가 상담 전 처음 꺼낸 말이다. 함께 싸운 상대방은 만 14세가 되었지만,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거다. ‘헌법 위에 촉법 있다’라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촉법소년 연령이 마치 면죄부를 주는 마냥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이 영 불편하다. 형법이 만 14세 미만의 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하지만, 소년법은 이러한 형법과는 달리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10세에서 14세 미만의 소년까지 각종 보호처분으로 필요한 처우를 확대하기 위한 것인데, ‘촉법소년’이란 죄를 지어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애들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 논의되는 문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아니라, ‘형사미성년 연령 하향’으로 지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령기 학생은 점점 줄어드는데, 형사미성년 범죄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절도, 폭행 범죄가 다수였는데, 최근에는 살인, 방화, 강도, 강간 등 점차 5대 강력 범죄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철부지 어린애들의 방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촉법소년으로 분류되는 10세,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되는 14세라는 나이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나뉘게 된 걸까.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해서, 헌법 제6조에 따라 아동권리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40조 3항은 ‘형법 위반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최저 연령을 설정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사법제도에서의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일반 논평’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사책임 최저 연령은 14살’이라고 명시했다.

세계 각국의 형사미성년자 연령기준 및 관련 법령을 살펴보면, 미국은 아동 범죄를 가장 엄하게 처벌하는 국가로 손꼽힌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워싱턴주는 8세 미만의 아동에 대하여는 형사책임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8세 이상 12세 미만의 아동에 대하여는 그 아동이 범죄 행위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이 잘못된 행위임을 알 충분한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증명되지 않는 때에만 책임능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한다. 영국은 7세 미만으로 형사책임 무능력자로 간주했다가 1963년부터 이를 10세로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만 13세 미만을 최저 연령으로 두고서 이들에 대해 형벌은 부과할 수 없지만 교육적 처분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사례들을 보면, 형사책임능력의 최소 연령을 우리나라보다 더 낮게 정하면서도 개별 사안에 따라 형사책임능력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재량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참작할 부분이다. 독일, 일본, 대만은 우리나라와 같이 14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지만, 소년 강력 범죄가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처럼 법 개정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2022년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형법’ 개정을 추진하였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이 움직이지 않은 관계로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되었다.

법무부가 13세 하향을 추진했던 것은, 촉법소년 중 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 상당이고, 13세 기준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구분하고 있는 학제를 고려한 것이다. 1953년에 정해진 14세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은 시대의 변화와 미디어의 발달로 현재의 소년들은 그 시절보다 변화하였음에도 70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제는 논의에서 그칠 게 아니라 법개정 절차로 나아가야 한다. 형사미성년 나이를 14세에서 13세로 낮출 것인지, 촉법소년의 범위를 10세보다 더 하향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 해외 사례처럼 최저 연령을 더 낮게 설정하고, 개별 사안에 따라 책임능력을 달리 판단할 재량을 둘 것인지를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5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어떻게 처벌과 교화를 할 것인지, 학계와 법조계가 머리를 맞대고, 국회는 더 이상 손 놓고 있어서만은 안 될 일이다. 혹자는 연령 하향을 두고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현재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범도 판사의 재량에 따라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기에, 형사미성년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게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그 어떤 범법행위를 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의 기준이 현실에 맞는지, 그 기준으로 더 범죄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피해자를 사각지대로 모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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