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테아터 힘 보여준 ‘사랑의 묘약’ 앙코르 요청 쇄도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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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페라시즌 마무리 작품
금정문화회관 콘서트 오페라

연출의 힘·가수 내공 보인 수작
둘카마라 베이스 김대영 돋보여

‘2024 부산오페라시즌’ 마무리 작품으로 지난 11~12일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선보인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째 날 공연 모습. 네모리노 역의 테너 도영기가 극 중 인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2024 부산오페라시즌’ 마무리 작품으로 지난 11~12일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선보인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째 날 공연 모습. 네모리노 역의 테너 도영기가 극 중 인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첫날 공연에서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준 소프라노 홍혜란(아디나)과 테너 최원휘(네모리노)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첫날 공연에서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준 소프라노 홍혜란(아디나)과 테너 최원휘(네모리노)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지난 11~12일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2024 부산오페라시즌’ 마무리 작품으로 선보인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부산 제작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비록 콘서트 오페라(원뜻은 무대 장치나 의상 없이 진행하는 연주회 형식의 오페라)였지만, 무대 세트를 직접 제작하고, 의상과 분장까지 갖춘 성악가들이 나와 전막 공연처럼 진행했다. 부산오페라시즌이란 이름으로,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단원을 자체 선발·운영한 2022년 이래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다는 평가였다. 오페라 부파(코믹 오페라)답게 코믹하고 발랄한 요소도 있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행복해 보였다. 아주 드물게 오페라 재공연 요청도 잇따랐다.

오페라를 처음 보는 관객은 물론이고, 애호가·전문가까지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날 호평을 끌어낸 데는 엄숙정 연출의 힘이 가장 컸다. 조희창 음악평론가는 “이번 오페라에서 가장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곳은 엄숙정의 연출이었다”며 “그는 이탈리아 전원극을 현대의 디자이너 작업실로 옮겨놓았는데 모든 설정과 장치가 밝고 색채적이며 세련되었다. 특히 곳곳에 배치된 관객 참여적 요소들이 극을 자연스럽고 경쾌하게 연결해 주었다. 적은 예산으로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향후 이런 식의 레지테아터(RegieTheater, 연출자 중심으로 새롭게 해석된 극) 오페라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첫날 공연 모습. 둘카마라 역의 베이스 김대영(가운데)이 등장하고 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첫날 공연 모습. 둘카마라 역의 베이스 김대영(가운데)이 등장하고 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째 날 공연 모습. 둘카마라 역의 베이스 김대영(가운데)이 노래하고 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째 날 공연 모습. 둘카마라 역의 베이스 김대영(가운데)이 노래하고 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첫날과 이틀째 출연진은 달랐지만, 각각의 색깔로 관객을 만족시켰다. 특히 이틀 모두 출연한 둘카마라 역의 베이스 김대영은 명확한 발성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울산 출신으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김대영은 이날 부산 관객들한테도 확실히 눈도장을 찍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틀 모두 출연한 신예 곽유정(잔네타)은 존재감은 낮은 캐릭터였지만,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첫날 공연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첫날 공연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첫날 공연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첫날 공연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이미 월드클래스로 활약하는 소프라노 홍혜란(아디나)과 테너 최원휘(네모리노) 부부, 바리톤 이동환(벨코레), 베이스 김대영 조합의 첫날 공연은 묘한 긴장감과 흡인력으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홍석원 부산시향 예술감독과 함께 첫날 공연을 관람한 이병욱 인천시향 상임지휘자는 “걸크러시 모드의 홍혜란 아디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한 최원휘 네모리노의 새로운 모습에 반했다”며 “완전 팬 모드로 관람한 행복한 공연이었다”고 즐거워했다. 다만 2막에서 네모리노로 분한 최원휘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감동적으로 부른 뒤 객석에선 앙코르를 요청하는 박수가 한참 동안 이어졌지만, ‘극 중 앙코르 논란’을 빚은 서울 ‘토스카’ 공연 여파로 성사되진 못했다.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째 날 공연 중 테너 도영기(네모리노)와 소프라노 박하나(아디나)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째 날 공연 중 테너 도영기(네모리노)와 소프라노 박하나(아디나)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째 날 공연 모습. 테너 도영기(네모리노)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고 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째 날 공연 모습. 테너 도영기(네모리노)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고 있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둘째 날은 부산 출신의 성악가들로 꾸린 무대였는데, 첫날과는 또 다른 색깔로 관객들의 만족감을 높였다. 이날 소프라노 박하나는 더욱 과감해진 아디나를 선보였고, 부산 데뷔 무대를 장식한 테너 도영기의 네모리노는 수줍은 듯 부드러웠다. 테너 기근에 시달리는 부산으로선 유럽을 무대로 활동 중인 오페라 가수의 발견이 반갑기만 했다. 바리톤 김종표의 벨코레는 더욱 코믹해지면서 자신만만해졌다. 도영기의 은사인 민상순 전 부산대 교수는 둘째 날 공연을 보고 “정말 잘 커서 다행이다. 영기가 열심히도 하지만, 체격도 좋아지는 등 조건을 두루 갖춘 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덕담을 했다.

부산대 출신으로, 독일 비스바덴 주립극장에서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스텔라 안(안지현)은 때마침 부산에 머물고 있어서 이틀 내내 공연을 관람한 뒤 “부산의 오페라 제작 수준도 이 정도면 상당히 올라온 듯하다”면서 “앞으로는 이들이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휘도 첫날 공연을 마친 후 “좋은 분들이 힘을 합쳐서 좋은 작품을 만든 만큼 단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웠다”며 “향후에는 공연 횟수를 늘려 더 많은 관객과 만나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째 날 공연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째 날 공연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애호가 최우석은 “독일 합창단만큼은 아니더라도 30명 규모의 부산오페라합창단이라도 꾸리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극장은 예술가의 일터이고, 시는 수천억 원짜리 회사(부산오페라하우스)를 하나 짓고 있는 셈인데, 음악가들이 직장을 못 찾는 건 애석하다. 공장(부산오페라하우스)을 하나 세웠는데 사무직만 있고, 기술자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역설했다. ‘클래식부산’에 최근 부임한 박민정 신임 대표도 둘째 날 첫 공연장 나들이에 나서 “오페라 공연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건 아니기에 몇 년 동안 내공이 쌓인 덕분일 것”이라고 축하했다.

금정문화화관 김유니 공연팀장은 “이틀 동안 공연하면서 재공연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무대 세트를 보관할 곳이 별도로 없어서 폐기하게 된 것이 아쉽다”면서도 “경성대 패션디자인학과와 협업으로 제작한 오페라합창단 의상 등은 보관해 향후 사용 기회를 엿보게 된다”고 밝혔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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