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해 한 주먹씩? 약도 영양제도 지나치면 '독'
[의약품·건강기능식품 과용 위험]
10개 이상 약 복용 환자 129만 명
부적절 약물, 사망·장애 위험 높여
건기식도 중복 섭취하면 이상 증상
오메가-3·홍삼, 항응고제와는 상극
먹는 제품 알리고 전문가와 상담을
약 봉투·영양제 포장 찍어두면 도움
만성 질환의 증가와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셀프 메디케이션' 트렌드로 매일 약과 영양제를 여러 개씩 먹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모두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같이 먹을 경우 주의해야 할 조합들도 있다.
■약? 건강기능식품? 영양제?
건강기능식품이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 또는 가공한 식품이다. 여기서 기능성이란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리 기능 활성화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과학적 근거를 평가해 인정한다.
반면 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라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이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고, 일반의약품은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다. 의사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모두 처방할 수 있다.
영양제는 법적인 용어는 아니다. 보통 식단을 보충하기 위해 섭취하는 비타민 등을 말했지만, 최근에는 건강을 위해 먹는 제품을 통칭하기도 한다. 영양제에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모두 있을 수 있다.
부산시약사회 이향란 학술교육위원장(대한약사회 소통이사)은 "예를 들어 비타민에는 의사가 처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도 있고 건강기능식품도 있다. 약국에서 안구건조증 개선을 위한 눈 영양제를 찾는 경우도 마찬가지다"며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 달리 질병의 직접적인 치료나 예방 효과가 아니라 특정 영양소나 생리 활성 기능이 검증된 식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적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이 먹을수록 부작용 위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10개 이상 약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만성 질환자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28만 8000여 명에 달한다. 2019년 상반기 84만여 명보다 53% 증가했고, 열 명 중 여덟 명(80.5%)은 65세 이상이었다.
복용 약물이 많아지면 약물 간 상호작용 때문에 약의 이익보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고, 특히 노인에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부적절한 약물 처방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에서는 2021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젊은 노인'만 봐도 35.4%가 5개 이상, 8.8%는 10개 이상의 약물을 90일 이상 복용하고 있었고, 절반 이상(53.7%)은 노인 부적절 약물을 1종 이상, 1인당 평균 2.4개 복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한 66세 65만여 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 위험은 25% 증가했고, 일상 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장애(3등급 이상 장기 요양 등급)가 발생할 가능성은 46% 상승했다.
건강기능식품 섭취도 증가 추세다. 건강기능식품협회는 지난해 10가구 중 8가구 이상(81.2%)이 연 1회 이상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했다고 추산했다. 식약처 조사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4가지 이상 먹는다는 답변이 2019년 12.9%에서 2021년 14.4%로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능성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중복 섭취하면 수면장애, 식욕 감퇴, 소화불량, 두통 등 이상 사례 의심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 제품과 녹차 추출물 제품, 배변 활동에 도움을 주는 알로에전잎 제품은 모두 '체지방 감소' 기능성 제품인데, 3개 제품을 한 달간 동시에 먹은 경우 간 수치가 급등하고 황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의 상호작용도 주의해야 한다. 대한약사회 건강기능식품 학술정보팀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오메가-3 지방산, 홍삼, 은행 등 혈액 흐름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제품은 항응고성 약물과 같이 먹으면 혈액을 지나치게 묽게 해서 출혈의 위험을 높이고 응급 수술에서 지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응고성 약물 성분에는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와파린 등이 있다.
이향란 위원장은 "고령자일수록 고혈압 약의 부작용으로 변비 약을 먹고, 변비와 설사를 오가다 유산균 건강기능식품도 찾는 식으로 약과 영양제가 갈수록 늘어나고, 건강에 자신감을 잃으면서 우울증도 생기는 악순환에 빠지기 쉬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잉 복용·섭취 피하려면
전문가들은 자신이 먹고 있는 약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단골 병원이나 약국을 만들 것을 권한다.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있다면 수술이나 시술을 할 때 의사에게 알리고,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같이 먹을 때도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한다.
이향란 위원장은 "평소에 약 정보가 기재된 약 봉투와 구매한 건강기능식품의 표시 정보를 휴대폰으로 촬영해두면 약 처방이나 건강기능식품 상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의약품 투약 내역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에서도 조회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1개 이상 갖고 있으면서 10개 이상 약물을 60일 이상 복용하고 있다면 국민보험공단에 '다제약물 관리사업' 참여 안내를 문의해볼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권장 섭취량을 지키고,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는 식생활과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기능식품 정보포털에서는 중복 섭취나 의약품 병용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한 원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향란 위원장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는 인플루언서나 주변 사람의 추천만 믿고 온라인이나 홈쇼핑, 해외 직구에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안전한 섭취를 위해서는 가급적 약사와 상담 후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