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개 식용 종식법’ 시행, 남은 개들은 어쩌나…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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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특별법 8월 7일부터 본격 시행
현재 식용으로 최소 50만 마리 사육
입양·보호 등 뚜렷한 처리 해법 없어 

지난 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30여 동물보호단체가 결성한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국민행동’ 주최로 ‘2024 초복 문화제’가 열렸다. 이들은 이른바 ‘보신탕 문화’의 빠른 근절을 촉구하는 동시에 정부가 개들을 살리기 위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그런 세간의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초복이었던 지난 15일 시중의 보신탕집을 찾는 발길이 예년보다 한산했다는 소식이다. 업주들은 ‘초복 특수’가 사라졌다고 울상이라는데, 사정은 지난 25일 중복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법은 시행되는데…

지난 2월 공포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마침내 다음 달 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보신탕 등으로 먹기 위한 개는 기르지도, 죽이지도, 팔지도 말라는 법이다. 이를 어기면 꽤 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처벌 조항은 공포 후 3년 간의 유예기간을 둬 2027년 2월부터 적용된다. 개 식용을 둘러싼 오랜 논란을 해소하고 동물 복지와 생명 보호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분명 진일보한 성과라고 하겠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개 농장 등 관련 업체가 특별법에 따라 전업 또는 폐업할 경우 정부가 어떻게 얼마나 보상·지원하느냐를 놓고 업체와 정부 사이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한육견협회 등은 이번 달까지 정부의 지원책이 확정되지 않으면 개 식용 종식을 전면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개 식용 사업은 그동안 불법으로 진행됐는데 왜 국민 혈세로 보상하고 지원해야 하냐”며 반발한다.


지난 9일 서울 감사원 앞에서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들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감사원 앞에서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들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0만 마리? 100만 마리?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식용으로 길러졌다가 특별법 시행 후, 특히 처벌 조항이 적용되는 2027년 이후에도 남아 있을 개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국내 개 농장은 1500곳이 넘으며, 거기서 사육되는 식용 개는 50만 마리 이상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파악되지 않은 농장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실제로 동물보호단체들은 식용 개가 10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육견협회는 200만 마리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처벌이 유예되는 2027년까지 육견업자들이 보상을 노리고 집중 번식에 나서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어마어마한 식용 개들의 개체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뾰족한 수가 현재로선 없다. 육견업자들의 생업이 걸린 문제라 정부가 나서서 개체 수 제한을 강제하기도 어렵다.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다 구조된 개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다 구조된 개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입양도 보호도 난감

향후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물론 육견업계와 동물단체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용으로 사육 중인 개들에 대한 보호 대책이 없는 셈이다. 육견업자가 개를 버려둔 채 농장 문을 닫거나 살처분하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육견업자들의 선택지는 세 가지뿐이다. 처벌 유예 기간 안에 개를 모두 출하하거나, 판매하거나, 입양시키는 것이다.

개를 출하한다는 건 보신탕집 등으로 유통시킨다는 뜻이다. 향후 2년여 동안 지금 있는 개들을 다 먹어 치운다? 실현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특별법 시행 취지에도 맞지 않는, 차마 못 할 짓이다. 판매와 관련해 육견업자들은 정부가 개들을 매입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수십만에서 수백만 마리에 이르는 개들을 예산을 들여 모두 매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육견업자들은 마리당 200만 원의 보상액을 제시했다는데, 식용 개의 개체수를 고려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다. 설사 정부가 무리해서 매입한다고 해도 이후 그 개들의 처리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지자체나 민간단체의 동물보호소가 있지만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그 마저 이미 포화 상태라 식용 개들을 수용할 여력이 없다. 입양도 난감하다. 식용 개 대부분이 20kg 이상의 대형견이라 일반 가정에서는 입양을 꺼리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개들을 그대로 유기할 수도 없는 일. 결국 안락사밖에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많은 개들을 모두 안락사시킨다? 그 자체로 참극이다.


■법으로 강제한 대가!

이런 현실에 그동안 개 식용 금지를 주창해 온 동물보호단체들은 곤혹스럽다. 최선을 다해 개들을 보호·관리하겠다지만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번식하지 않게 하고 남은 개들을 인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잘 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제언할 따름이다. 정부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단체와 비공개 회의를 가졌는데 별다른 대안을 찾지는 못하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말만 나왔다고 한다. 정부가 오는 9월까지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한다지만 거기에 과연 획기적인 해법을 담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하튼 앞뒤 고민 없이 법으로 개 식용 금지를 밀어붙인 대가를 우리 사회가 톡톡히 치르게 됐다. 반려견 문화 확산으로 개고기 먹는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형편이라 가만히 놔둬도 자연스레 ‘보신탕 문화’는 사라질 터인데, 굳이 그렇게 했어야 옳았나 묻는 이들이 많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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