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고압산소 치료와 피부 항노화
김기태 태성형외과 원장,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이사
고압산소 치료가 최근 들어 자주 소개되고 있다. 이 치료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다. 일반인들이 잘 아는 치료 분야는 감압병이라고 하는 잠수병 영역일 것이다. 잠수병은 심해를 잠수하는 잠수사들이 압력이 높은 환경에서 오랜 시간 있다가 대기압 상태로 돌아오면 혈액 속에 미세한 기포들이 발생해 순환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고압산소 치료는 잠수병 외에도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적용 중이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발이 썩어 가는 당뇨발이라는 만성 궤양에 고압산소 치료가 사용돼 왔다. 과거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시절에 많이 생겼던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에도 고압산소 치료가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다양한 약물 중독, 신경계 질환, 만성 염증, 그리고 화상 치료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압산소 체임버라고 하는 고압산소 치료기를 생산하는 한국 업체들이 생겨나 고압산소 치료가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미용성형외과 분야에서도 고압산소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필러’라고 알려진 히알루론산 주사 시술의 부작용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얼굴이 움푹 들어간 부위에 ‘피하 필러시술’을 할 경우에 시술 부위의 혈관을 누르거나, 혈관 안으로 필러가 들어가서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간혹 발생하곤 한다. 이럴 경우에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피부 조직이 죽어 갈 때 고압산소 치료법을 사용한다.
필자도 다양한 미용 관련 수술을 시행하고 나서 빠른 회복과 혹시 생길지 모르는 혈종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고압산소 체임버에서 인위적으로 산소를 공급해 주는 ‘미용 수술 후 고압산소 관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항노화 미용 수술의 대표 격인 ‘안면거상술’은 상당히 넓은 부분의 얼굴 조직을 박리하고 들어 올려 당긴 다음 늘어진 피부를 적절히 잘라 낸 후 다시 봉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힘이 많이 가는 봉합부위 주변이 잘 아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압산소 치료를 적용하기도 한다.
고압산소 치료는 항노화, 재생의료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고압의 산소를 투여하면 체내에 산소의 독성을 방어하는 항산화물질이 많이 생성되는데, 이것들이 체내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지속적으로 강력한 항노화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이 치료를 위해서는 국제 규정에 맞는 적정한 고압산소 치료 체임버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는 반드시 단단한 철제 구조의 체임버에서 대략 2기압 이상의 고압산소를 일정 시간 공급해야 한다. 텐트처럼 생긴 부드러운 소프트셀이라고 하는 캡슐 안에 들어가서 치료하는 장비는 충분한 압력으로 산소를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압산소 치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잠수병과 당뇨발 치료 등을 통해 이미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고압산소 치료는 향후 전신의 항노화 치료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산소라는 말만 들어도 이미 젊어진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