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아르떼뮤지엄, 부산을 홀리려 왔다는데…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19일 개관
오감 자극… 다양한 관람객 방문 예상
지역 문화 예술에 새로운 바람 기대
관람 후 문화 향유할 기반 시설 필요
제주(2020년 9월), 전남 여수(2021년 8월), 강원 강릉(2021년 12월) 찍고 이젠 부산이다. 일단 지금까진 통(通)했다. 국내 누적 관람객 수는 650만 명, 해외까지 합치면 700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K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 얘기다. 18일 국내 4번째로 부산서 개관해 19일 운영에 들어갔다. 그것도 영도 최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복합문화공간 ‘피아크(P-ARK)’ 바로 옆이다. 해외에는 2022년 홍콩을 시작으로 중국 청두,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문을 열었다. 2026년까지 전 세계 20곳 개관을 목표로 한다. 아르떼뮤지엄이 심상치 않은 속도로 그 무대를 넓히고 있다. 이번엔 부산을 매혹하러 왔다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아르떼뮤지엄이 뭐지
아르떼뮤지엄은 일반인들에게 조금은 생소할 수 있다. “미술관인 건 알겠는데….” 그다음부터는 말문이 막힌다. 간혹 프랑스 퐁피두센터처럼 외국 미술관이냐고 되묻기도 한다.
아르떼뮤지엄은 디지털 디자인 회사인 디스트릭트(d'strict)가 운영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이다. 관람객이 마치 실제 작품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고 해서 흔히 몰입형이라고 한다. 예술과 기술이 만나 하나로 어우러진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오감을 자극하며,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미디어아트가 관람객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전시 공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과 관람객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각 예술 작품은 관람객이 수동적으로 바라만 보는 입장이었다면, 미디어아트는 영상과 소리는 물론이고 때로는 만져볼 수 있고 심지어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작품 자체에 빠르게 빨려 들어간다.
아르떼뮤지엄 부산은 제일그룹이 운영 중인 영도 선박 수리공장 부지에 있다. 전시관은 1700여 평 규모다. 그 옆에는 제일그룹이 2021년 5월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피아크가 있다. 제일그룹은 부산 향토기업이면서 영도를 기반으로 하는 선박 수리 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1월 (주)디스트릭트코리아와 계약을 맺고 아르떼뮤지엄 부산을 유치했다. 아르떼뮤지엄 부산은 기존 조선 기계를 수리하던 공장의 외관을 유지하고 내부를 업사이클링(Upcycling) 했다.
■부산을 홀릴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부산 영도는 다양한 문화공간과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산업의 흔적과 현대적인 문화공간이 공존하는 영도는 관광객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아르떼뮤지엄 부산의 개장은 이러한 영도의 매력을 더욱 확장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하나의 문화공간이 추가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전시는 전통적인 예술 전시와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그룹 측은 연간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피아크와 아르떼뮤지엄 부산을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부산의 또 다른 복합문화공간인 수영구 소재 F1963과 비교하면 분명 한계도 있다. 우선 공간의 다양성 측면에서 아직 F1963에 미치지 못한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접근성도 크게 떨어진다. 주변에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누릴 수요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미술계에서는 비슷한 주제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공간이 전국에 네 군데나 있어 소위 장기간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차별성이 강하지 않으면 자칫 전시 매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국의 미술관들도 최근 미디어아트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역 문화에 새 활력 기대
기업의 문화 참여라는 의미에서 제일그룹의 문화공간 확대는 바람직하고 긍정적이다. 핵심은 아르떼뮤지엄 부산이 피아크와 연계해 지역 문화 예술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우선 두 공간의 시너지 효과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탁 트인 바다 전망까지 갖췄으니 더할 나위 없다. 다만 지역 문화를 선도할 전진기지 역할을 하려면 주변 공간과의 연계, 지역 사회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에 바다 문화 콘텐츠를 갖춘 인근 국립해양박물관과의 연계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까운 곳에 상승효과를 끌어낼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르떼뮤지엄 강릉은 참고할 만하다. 아르떼뮤지엄 강릉 주변에는 볼거리가 풍부하다. 전시관 근처에 조선 중기 문인 허균과 허난설헌을 기리는 기념 공원이 있다. 공원 내 허균·허난설헌기념관에는 두 사람의 작품과 자료가 전시돼 있어 그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인근에는 강릉의 대표 아이콘인 경포호가 있고, 호수 주변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경포호 근처에는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건축물로 조선시대 사대부 가옥인 선교장(국가민속문화재)이 있다. 미디어아트를 경험한 뒤에도 문화를 누릴 콘텐츠나 기반 시설이 주변에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아르떼뮤지엄 강릉이 개관 1년 만에 100만 명의 관람객을 넘어설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주변 인프라도 큰 역할을 했다.
아르떼뮤지엄 부산이 지역 문화를 견인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반 확충 등 체계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참에 피아크와 아르떼뮤지엄 부산이 영도에 새로운 문화 활력을 불어넣고, 긍정적 변화를 끌어내는 지렛대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