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3년 차 ‘우크라 전쟁’과 미국 그리고 우리
논설위원
2년 넘긴 참상 종전 기약 없어
동북아 안보 지형에 직접 영향
잇단 한반도 전쟁 위기 경고음
젤렌스키 자신했던 미국 지원
여건 바뀌면서 불확실성 커져
우리 현실에 반면교사 삼아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우크라 전쟁’)이 지난 2월 24일 만 2년을 넘기고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의 참상은 말로 다 하기 어렵다. 양측 군인 사상자는 50만 명을 넘었고, 민간인 사상자도 수만 명에 이른다. 전쟁난민은 10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언급된다. 그럼에도 전쟁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남한과 북한이 만리 밖 이 전쟁의 무기고 역할을 하고 있다. 남한은 ‘우크라 전쟁’을 계기로 방산 수출국으로 떠올랐고, 북한 역시 러시아에 무기를 대량 지원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태의 심각함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크라 전쟁’은 지금 동북아 안보 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건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거래’다. ‘우크라 전쟁’에 사용할 무기를 제공받는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넘겨주는 것이다. 거래는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성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실패를 거듭하던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고 핵잠수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판에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전략적 협조’를 강조하며 밀착하고 있어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는 한반도 전쟁 위기로 직결된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결이 다르다. 외국 군사 전문가들의 경고음이 잇따른다. 올해 초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크프리트 해커 교수가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보낸 기고문이 그 하나다. 두 사람은 “한반도가 1950년 6월 이후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라고 단정했다.
아닌 게 아니라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북한은 남한을 ‘제1의 주적’으로 헌법에 명기하고 ‘남조선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 등 전에 없이 과격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말만이 아니다. 실제로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자칫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북한만 그러는 게 아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 횟수를 작년 대비 2배 이상 늘린다는 사실을 최근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미일 합동군사훈련까지 치러질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그렇게 본다면 현재 한반도는 실제로 전시 상황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학군장교 임관식에서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줄곧 강조한 한미동맹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현재 우리 안보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필수불가결하겠지만, ‘우크라 전쟁’은 우리 안보 현실이 한미동맹만으로는 위험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감행하면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자신했다. 그럴 만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던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수차례 확인했던 것이다. 고무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의 길을 터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주저했다. 지난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실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에 ‘이스라엘식 안보보장’이라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진척은 없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군사지원조차 미국 의회의 반대로 급격히 축소되는 모양새다. 다급해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 차례나 미국을 방문하면서 지원을 호소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급기야 올해 1월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지원이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망은 더 어둡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기존 정책이 급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외세에만 의지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 재앙이 닥치는지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처절하게 경험했다. 민초들의 궁극적 소망은 현재 발 딛고 살고 있는 이 땅에 전쟁이라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가 지속되는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통한 안보 우산을 내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만 바라보는 행태는 위험하다. 묻게 된다. 지금 우리는 안전한가.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라는 헌법상의 책무를 진정으로 다하고 있는가.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