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한국계 미국인이라 생각한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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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저는 뼛속 깊이 한국인입니다. 한번도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제니 타운(33·여)씨. 연구 홍보활동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타운씨는 23일 부산에 들렀다. 생모를 찾기 위해서다.

3살 때 입양 존스홉킨스대 연구원 제니 타운씨,생모 찾으러 부산 방문

타운씨는 지난 1976년 2월 10일 부산의 이화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담당의사가 다른 산모의 분만을 도우러 떠난 사이 생모는 타운씨를 두고 병원을 떠났다고 한다. 분만 직전에 병원에 와서 생모에 대한 병원 기록은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타운씨는 인근 아동보호시설로 옮겨졌고, '정미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는 3년 뒤 미국으로 입양됐다.

타운씨가 살던 미네소타의 조그만 마을에는 유색인종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타운씨를 입양한 백인 부모는 다소 무뚝뚝했다. 그래서 초반엔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입양인 모임에 꾸준히 나가면서 안정을 되찾았다고 했다. 모임을 통해 한국 역사와 생활을 공부하고, 생모찾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교환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최근에는 입양인들을 위한 법적, 사회적 시스템 마련에 관한 포럼에도 참석했다.

"미네소타에만 한국인 입양아가 3만여명에 이릅니다. 대부분 입양인들은 재미교포 2세와는 달리 자신을 한국인으로 여기고 있지만, 생모를 찾고 고국에서 살고 싶어도 미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입양인들이 한국인으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타운씨는 1995년 교환학생 자격으로 이화여대에서 동양학을 이수하기 위해 한국땅을 처음 밟았다. 2004년에는 서울의 어학당에서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면서 2년여간 생활하기도 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지만 친모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친모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미혼 여성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타운씨가 태어난 병원에서는 친모에 대한 자료와 기억이 하나도 없단다.

생모에 대한 단서가 어디에도 없지만 생모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타운씨. "왜 자신을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정말 궁금하긴 하지만 어머니를 이해해요. 원망 같은 것은 조금도 없어요. 이렇게 열심히 찾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연락처 (미국)703-350-2918, jennytown@yahoo.com

윤여진 기자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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