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이 어떻게 오라고…" 불법 주차 부추기는 KTX 진영역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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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외곽·대중교통 소외지역 위치
자가용 의존도 높으나 시설 태부족
이용객 “불법 주차 외 선택지 없어”
주차장 확충 등 대책 시급 지적에
대중교통 흐름 개선 필요성 제기도

경남 김해시에 있는 KTX 진영역은 대중교통 소외지역인데 다 주차 공간도 부족해 불법 주차에 내몰린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된다. 도로 양쪽에 늘어선 불법 주차 차량과 단속을 경고하는 현수막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이경민 기자 경남 김해시에 있는 KTX 진영역은 대중교통 소외지역인데 다 주차 공간도 부족해 불법 주차에 내몰린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된다. 도로 양쪽에 늘어선 불법 주차 차량과 단속을 경고하는 현수막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이경민 기자

경남 김해시에 있는 KTX 진영역이 만성적인 주차 공간 부족으로 몸살을 앓는다.

진영역은 도시 외곽에 자리해 대중교통 접근성이 현저히 낮아 이용객 대다수가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주차시설 탓에 이용객들은 매일 ‘주차 전쟁’을 치른다.

1일 코레일에 따르면 KTX 진영역에는 현재 고속열차가 20회, 새마을·무궁화호가 24회 정차한다. 일일 평균 이용객은 775명이나 지정된 공용 주차장은 156면에 불과하다.

김해시에 있는 유일한 KTX 정차역이어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주차장은 만차다.

게다가 지난 2023년 9월 수서행 SRT 노선까지 확대되면서 이용객은 더 늘어났고, 불법 주차 단속과 주차장 증설을 요구하는 민원이 폭증했다.

역에서 마땅한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한 차량은 자연스레 역 입구 도로변을 따라 늘어서며 불법 주차로 내몰린다.

KTX를 놓칠 수 없는 이용객들에게는 불법 주차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생존형 불법행위’에 가깝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주말 <부산일보>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당시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도로변은 불법 주차마저 가능한 공간이 남아 있지 않았다.

출장이 잦은 박 모(46) 씨는 “어쩔 수 없이 차를 두고 가는데 혹시 내 차가 견인되거나 주차 위반 딱지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 KTX를 이용하는 동안 내내 불안하다”라며 “불편한 마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해도 집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김해시는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와 만나 주차장 증설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진영역 진출입로 곳곳에 걸린 경고 현수막들은 이용객의 마음만 졸이게 한다. 이용객들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단속만 강행하는 행정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유다.

이에 김해시 교통혁신과 측은 “주차시설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고 민원이 종종 접수된다”라며 “단속은 우리가 하지만 시설은 국가철도공단이 관리하다 보니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KTX 진영역 주차장 앞에 부착된 불법 주차 단속 알림 현수막. 이경민 기자 KTX 진영역 주차장 앞에 부착된 불법 주차 단속 알림 현수막. 이경민 기자

진영역의 교통 환경은 주차난 외에도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교통 체증과 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역사 진입로가 협소한 데다, 픽업 차량, 택시, 시내버스 등 다양한 차량이 뒤엉켜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 차량 회전 공간도 부족해 충돌 위험과 교통 체증이 일상화됐다는 평가다.

명절이면 버스가 진영역 정류장으로 진입하지 못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도 다반사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김해시의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정준호 시의원은 대중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한 버스와 택시 정류장 공간 재배치, 주차타워 설치 등을 언급하며 시설 개선을 통한 교통 혼잡 해결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최근 철도공단에서 사업비 10억 원을 확보했다는 답변을 받았고, 내년 추석 전까지 대중교통 흐름을 방해했던 중앙 분리대와 특정 구간 화단을 제거해 버스와 택시 정류장 위치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차장 확충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시간을 두고 풀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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