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선거의 바로미터, 여론조사와 그 규제
김은지 법무법인 성연 대표변호사
유권자 판단에 영향 주는 중요 변수
공정·중립성 확보 위해 다양한 규제
휴대전화 가상번호 세부 기준 미비
정보 제공 절차 등 구체적 정비 필요
선거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알권리 위해 기간 단축 주장 제기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기관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낮은 응답률과 표본의 대표성 문제 등 다양한 지적이 일고 있다. 여론조사는 단순한 통계자료를 넘어 유권자의 판단과 선거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적지 않다. 이에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두고 있으나, 여전히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유권자들은 본인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로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는 것에 대한 불안과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공직선거법상 허용된 ‘가상번호 제도’에 따른 것이다. 가상번호는 실제 휴대전화 번호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비식별화된 번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통신사·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론조사기관 간 다층적 전달체계를 전제로 제한적으로 제공된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의2는 선거여론조사기관이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여론조사기관은 관할 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동통신사에 가상번호를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가상번호 제공의 법적 근거는 공직선거법에 마련되어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법과의 관계나 정보관리 범위에 대한 세부 기준은 미비한 실정이다. 또한 공직선거법에 선거 목적 외 사용 금지, 제3자 제공 금지, 조사 종료 후 즉시 폐기, 제공거부권 고지 등의 보호장치가 존재하지만, 향후 정보제공 절차와 관리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에 대한 규제는 어떠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을까. 크게는 세 가지 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기준 마련과 심의, 시정명령 등의 감독 체계이다. 둘째,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에 대한 등록 및 신고 제도이다. 셋째,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 금지와 선거 직전 공표 제한 등 조사 내용과 공표 방식에 관한 규제이다.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여론조사를 수행한 기관의 적법성과 공표 방식을 둘러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3항은 여론조사기관이나 방송사·정당이 아닌 자가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는 경우 조사 개시일 전 2일까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과 관련하여 자주 문제되는 사례로는 인터넷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정치 성향 설문조사가 있다. 단순한 의견조사처럼 보이더라도,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로 판단될 경우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96조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여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한 방송사나 신문사는 객관적 자료 없이 선거 결과를 단정적으로 예측하는 보도를 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선거 직전에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라 불리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제도가 적용된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투표 마감 시각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
이 제도는 막판 여론조사가 부동층의 판단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실제로 여론조사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승패 프레임을 형성한다. 이는 우세한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를 유발하기도 하고, 반대로 열세 후보에게 동정·응원 심리가 작동하는 ‘언더독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여론조사는 단순한 통계자료가 아니라 유권자의 심리와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변수라는 점에서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의 실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해당 기간동안 유권자의 알권리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거나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에 대한 폐지 의견을 낸 바 있다.
현행법은 여론조사에 대하여 이미 상당한 수준의 규제를 마련하고 있으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많은 사례에 대한 조사 및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법에서 형식적 투명성을 담보하고 있음에도, 유권자가 체감하는 정보 환경은 아직 혼란스럽다. 선거의 공정성, 정보의 왜곡 방지와 함께 유권자의 알권리 및 개인정보보호, 나아가 여론조사에 노출되지 않을 의사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여론조사의 기능과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권자의 권리를 보다 균형있게 보장할 수 있는 세심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