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세계의 청춘 성장극… ‘콘크리트 마켓’ 베일 벗는다
3일 개봉…이재인·홍경 주연
10대 시선으로 재난 이후 그려
영화 ‘콘크리트 마켓’이 ‘콘크리트’ 시리즈의 새로운 세계관을 스크린에 그린다. 재난 이후의 세계를 10대 생존자들의 시선으로 펼쳐내 무너진 질서 속에서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선택과 균열을 중심에 놓는다. 홍기원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지진 이후 사람들의 삶을 바라본다는 점만 같을 뿐, 황궁마켓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 이야기”라며 기존 ‘콘크리트 유니버스’와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콘크리트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로 ‘콘크리트 유토피아’ ‘황야’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배경만 겹칠 뿐 서사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영화는 대지진 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 안에 형성된 황궁마켓에서 생존을 위해 거래를 이어가는 인물들의 갈등과 선택을 따라간다. 홍 감독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가 대부분 생존 자체를 다루지만 이번 작품은 범죄물 플롯을 기반으로 10대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며 “재난 전후에도 스스로가 누군지 모르는 세대가 극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재인은 황궁마켓의 질서를 뒤흔드는 외부인 희로를 연기한다. 그는 “희로가 열여덟 살인데 촬영 당시 나도 열여덟이었다”며 “이 나이에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비슷한 또래 배우들과 호흡하고 선배들에게 기댈 수 있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경은 희로와 손잡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태진을, 정만식은 물건을 독점하며 마켓을 지배하는 상용을 맡았다. 정만식은 상용 캐릭터에 대해 “무너진 세상이든 아니든 더 가지려는 사람은 늘 있다”며 “편안하게 다가오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주변에서 본 듯한 악역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용이 영업사원 출신이라는 설정을 기반으로 말을 우회하고 매혹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쓸 것 같았다”며 “그런 점을 연기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마켓’은 당초 7부작 시리즈로 기획됐다. 영화 개봉 후 OTT 시리즈로도 공개가 예정돼 있다. 홍기원 감독은 “시리즈는 큰 복수의 서사와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담고 있지만, 영화는 사건 중심으로 속도감을 높였다”며 “관객이 쉬지 않고 따라갈 수 있도록 구조를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궁마켓이라는 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확장할지는 계속 고민 중이며,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관을 바라보는 시도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는 3일 개봉한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