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 통일교 자금 민주당에도 '쪼개기 후원' 정황 포착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9월 1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9월 1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선 전후로 국민의힘 17개 시·도당에 후원금을 건네며 '정교유착'을 꾀했다는 의혹을 받는 통일교 측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측에도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최근 통일교의 5개 지구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여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기간 일부 지구장이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파악했다. 호남 지역을 관리하는 4지구와 경기·강원 지역을 담당하는 2지구가 당시 지방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에게 각각 수백만원대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2022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 당시 윤석열 당선자 측이 차기 정부에서 교단 현안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대가로 국민의힘 17개 시·도당협위원장에게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특검팀은 한학자 총재를 중심으로 한 통일교 지도부가 5개 지구장에게 쪼개기 후원을 지시한 뒤 2억1000만원을 선교지원비 명목으로 내려보냈다고 보고 있다.


이후 지구장들은 개인이 적법하게 기부하는 것처럼 후원금을 쪼개는 방식으로 국민의힘 측에 총 1억44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2지구장과 4지구장은 재량으로 민주당 측에도 후원금을 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연간 500만원까지 후원할 수 있지만 특정 교단 차원의 조직적인 지원은 엄연히 불법이다.

다만, 민주당 후보에 대한 후원이 국민의힘 사례처럼 교단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개인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불분명해 수사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설사 국민의힘 후보에게로 가야 할 자금이 민주당 쪽으로 전용됐다고 해도 이는 개인의 일탈에 가까운 만큼 처벌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