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신공항 지연 김해공항은 북새통, 시민만 속 터진다
올해 국제선 이용객 1000만 명 돌파
6년 늦춘 개항에 불편 더 극심해질 듯
26일 부산 남구 기술보증기금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사업설명회에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박성출 건설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정부가 가덕신공항 개항을 당초 2029년에서 2035년으로 6년이나 미루면서 부산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국제 노선을 이용하려면 인천공항까지 올라가야 하는 서러움을 감내해야 하는 기간도 늘어났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절실했던 남부권 관문공항의 적기 개항이 불발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해국제공항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국제선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국제선 이용객이 올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김해국제공항은 연일 북새통이다.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에 시민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김해공항 국제선의 연간 수용 인원은 830만 명이지만 연말까지 1040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과 중국·동남아로 향하는 이용객들이 좁은 공항에 대거 몰려들면서 수속 지연 등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제선 출국 수속까지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예측 불가능한 출국 소요 시간 때문에 이용객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일상화되고 있다. 출국장뿐만 아니라 은행과 식당가 등에서도 극심한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주차를 희망하는 차량들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김해공항의 풍경은 수도권 일극주의의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김해공항 포화에 따른 시민 불편은 예고됐다. 당초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김해공항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은 시급한 상황이었다. 적기 개항은커녕 6년이나 늦추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부산의 이런 상황을 아예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과 경남, 울산 등 동남권 주민들은 2035년까지 김해공항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가. 더욱이 김해공항 이용객은 계속 증가할 예정이다. 지역에서는 “이래서야 국가를 어떻게 믿겠느냐”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책은 가덕신공항 개항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다. 김해공항 여객 터미널 확충 등 급한 불을 끌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김해공항 이용객들의 불편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부산 도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공항 인프라가 부족하면 부산 관광산업도 치명타를 입는다. 반면 인천공항은 4단계 확장을 마치고 5단계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6년이나 늦춰진 가덕신공항의 향후 공항 운영 경쟁력은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국책사업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정부는 지금이라도 가능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을 하루빨리 개항하고 당초 예정된 각종 철도 등 연계 교통 인프라 구축도 늦춰선 안 된다. 특히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는 김해공항 이용객들과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납득할 만한 대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