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국립공원도 '미국 우선'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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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은 미국의 옐로스톤으로 ‘황금빛 돌덩이’라는 뜻이다. 깊은 협곡이 산을 깎아내 노출된 토양이 미네랄 성분에 의해 변색해 그 이름이 붙었다. 전체 면적은 9000㎢에 달하며 와이오밍, 몬태나, 아이다호 등 3개 주에 걸쳐 있다. 옐로스톤은 수십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화산 고원지대이며, ‘살아 있는 지질 교과서’로 불린다. 마그마가 지표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어서 뜨거운 수증기와 물보라를 분출하는 간헐천 등 다채로운 자연현상이 나타난다.

미국은 국립공원 제도의 기틀을 마련한 나라다. 1872년 옐로스톤을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했고, 1916년 전담 연방 기관인 국립공원관리청(NPS)을 만들었다. 방문자 센터를 건립하고, 공원 순찰과 야생동물 보호 등을 도맡는 전담 직원인 ‘파크 레인저’를 두고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립공원 433곳의 총면적은 344만㎢로 한반도 면적 15배에 해당한다. 지난해 연간 국립공원 방문객은 3억 명에 달한다. 미국의 국립공원 제도는 ‘지구의 핵심 자연을 수호한 인류의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로 평가받는다. 야구,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이 전 세계에 전파한 3대 수출품으로 자리매김한다.

내년 1월부터 미국 국립공원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은 내국인보다 훨씬 높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미 내무부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국립공원을 1년 동안 무제한 방문할 수 있는 ‘비거주자 연간 이용권’ 가격을 기존 80달러(약 11만 7000원)에서 250달러(약 36만 7000원)로 3배 이상 인상한다고 밝혔다. 또 방문객이 가장 많은 11개 국립공원의 경우, 연간 이용권이 없는 비거주자는 기본 입장료에 100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11개 국립공원은 옐로스톤, 아카디아, 브라이스캐니언, 에버글레이즈, 글레이셔, 그랜드캐니언, 그랜드티턴, 로키마운틴, 세쿼이아 & 킹스캐니언, 요세미티, 자이언 등이다. 주요 공휴일에 시행해 온 무료입장도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에만 적용한다. 외국인 방문객으로부터 비싸게 받은 입장료는 공원 관리와 유지에 사용된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관세·취업·유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외국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도입해 왔다. 이제는 관광 분야까지 외국인을 겨냥한 장벽을 세운 셈이다.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일부 국립공원은 벌써 지역 경제 타격을 우려한다. 갈수록 높아지는 ‘트럼프 장벽’이 미국에 도움이 될지, 부메랑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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