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 접대에 뇌물 5억 요구… 한국산업단지공단 차장 ‘중형’
부산지법, 40대 A 씨에 징역 10년 선고
뇌물 대신 뜯으려 한 50대에겐 징역 8년
A 씨 여수국가산단 감독관 맡으며 범행
술 접대 받고 리베이트로 5억 요구 혐의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부산 건설업체에게 유흥주점 등에서 술 접대를 받고 업계 관계자를 통해 수억 원대 뇌물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산업단지공단 차장(부산일보 8월 26일 보도)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14일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국산업단지공단 차장인 4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하고, 602만 원을 추징했다. A 씨를 대신해 건설업체 뇌물을 뜯으려 한 50대 남성 B 씨에겐 징역 8년에 벌금 5억 원에 선고했다. A 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체 대표인 40대 여성 C 씨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여수국가산단 감독관이었던 A 씨는 2023년 8월 18일 한 유흥주점에서 C 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 현장소장과 술을 마신 후 법인카드로 술값을 계산하게 하는 등 이듬해 4월까지 2회에 걸쳐 602만 원 상당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A 씨가 근무한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 관리, 개발 조성, 분양 임대 등의 업무를 맡은 공기업이다.
A 씨는 또 지난해 4월 28일께 지인 B 씨를 통해 C 씨 공사 관련 리베이트로 5억 원을 받으려 한 혐의도 받는다. B 씨는 이틀 뒤쯤 C 씨 건설업체 하청기업 이사에게 “C 씨 건설업체와 하청기업이 A 씨에게 5억 원 정도 주는 게 맞지 않겠냐”고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와 B 씨는 그해 5월 20일께 C 씨에게 “공사 하자가 있어 보수가 필요하다”며 “하자가 있으면 빨리 처리하고, 정리할 게 있으면 정리를 하라”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공모를 통해 뇌물을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술 접대를 받은 사실 등은 인정했지만, B 씨와 공모해 뇌물을 요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A 씨가 뇌물을 요구한 혐의는 C 씨 제보로 세상에 드러났다.
재판부는 A 씨 등이 나눈 대화 내용과 인적 관계 증거를 바탕으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는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직무의 투명성을 유지하며 업무를 해야 해도 지위를 이용해 적극적, 반복적으로 향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B 씨를 내세워 5억 원에 달하는 뇌물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거 등을 종합하면 A 씨에게 주어진 공사 현장에 대한 권한이 컸고, 여러 건설업체가 피고인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며 “C 씨 업체에 뇌물을 요구할 때 A 씨가 B 씨에게 C 씨 기업에 대한 여러 정보도 넘겨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C 씨가 응하지 않는단 태도를 보이자 불이익을 가한다는 언행도 했다”며 “당초 뇌물 수수 범행을 포함해 일체 범행을 부인했고, 뒤늦게 뇌물 수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C 씨 측이 자발적으로 공여하려 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언행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B 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내세웠다”며 “C 씨는 향응 금액이 많지 않고, 상당한 금액의 뇌물 요구를 거절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